한국일보

‘1917’, 작전명령 전달… 적진 침투 두 병사의 사투 그린 걸작

2019-12-2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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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½ (5개 만점)

▶ 1차대전판 ‘라이언 일병 구하기’, 멘데스 감독 치밀하…촬영·음악·연기까지 경탄할 만

‘1917’, 작전명령 전달… 적진 침투 두 병사의 사투 그린 걸작

스코필드가 독일군을 공격하려는 영국군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참호 속에 도착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소위 ‘위대한 전쟁’이라 불린 1차 대전에 관한 작품으로 내용과 규모가 스필버그의 2차 대전이 배경인 ‘라이언 일병 구출작전’을 연상케 하는 준수하고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영화다.

영화의 각본을 쓰고 감독한 샘 멘데스(아메리칸 뷰티)의 증조부가 1차 대전에 참전했을 때 실제로 있었던 두 병사의 용감무쌍한 적진 돌파 임무수행을 멘데스에게 들려준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모든 전쟁영화는 궁극적으로 전쟁의 무상함을 얘기하는 반전영화라고 하겠는데 전쟁의 참상과 무수한 죽음이 있는 이 영화를 보면서 평화와 아름다움마저 느낀 것은 멘데스의 사려 깊은 작품 의도와 서술과 함께 이 같은 전쟁영화의 속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간단한 내용의 영화로 구성이 치밀하고 진행이 말끔한데 특히 경탄할 것은 베테런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블레이드 러너 2049)의 물 흐르듯 막힘없는 카메라의 동작 때문이다. 카메라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을 때론 따라가고 때론 후퇴하면서 일사분란하게 포착해 작품의 맥박을 힘차게 뛰게 만든다. 보는 사람을 화면 안으로 몰입케 만드는 뛰어난 촬영으로 오스카상감이다.

2명의 영국군 졸병들인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맨)가 에리노어 장군(콜린 퍼스)의 호출을 받고 참호 속 본부로 간다. 일선에서 독일군을 곧 공격할 부대에 공격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전달하라는 것. 공격하면 독일군의 작전에 휘말려 전원이 몰사한다는 것. 그런데 전선에는 스코필드의 형(리처드 매든)이 있다.

둘은 장군으로부터 받은 명령 문서를 들고 적진과 버려진 땅을 거쳐 전선으로 향한다. 둘은 죽음을 각오하고 목적지로 가면서 부비 트랩에 걸리기도 하고 죽음과 전쟁의 참상을 목격한다. 둘의 이런 적진과 버려진 땅을 거쳐 가는 과정이 긴장감과 함께 초조함을 극대화한다. 둘은 장군의 명령문을 6시간 후 공격이 시작되기 전까지 전달해야 해 시간에 쫓기면서 전선을 향해 간다. 그리고 가다가 뜻밖의 일이 일어난다.

맥케이의 연기가 훌륭하다. 단정하게 생긴 그는 별 대사도 없이 얼굴 표정과 행동으로 다양한 연기를 하면서 작품을 이끌고 가다시피 한다. 마크 스트롱과 베네딕 컴버배치 및 앤드루 스캇 같은 연기파들이 캐미오 출연한다. 그리고 토마스 뉴만의 음악도 작품을 엄숙하고도 아름답게 감싸고돈다.

뛰어나게 잘 만든 전쟁 액션 스릴러이자 감정이 가득히 깃든 드라마로 필히 관람하기를 권한다. ‘1917’은 2020년도 골든 글로브 작품(드라마 부문)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여러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도 오를 것이 분명하다. R등급. Universal. 25일 개봉. 랜드마크 등 일부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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