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 교황의 탄생과정 긴박·경건하게 그린 ‘명품’

2019-11-29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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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두 명의 교황 (Two Popes) ★★★★½ (5개 만점)

▶ 바티칸 무대 세트·의상 완벽 재현, 베네딕트 16세와 프란치스코 배역
앤소니 합킨스-프라이스 연기 압권

새 교황의 탄생과정 긴박·경건하게 그린 ‘명품’

교황 베네딕트 16세(왼쪽)와 추기경 프란치스코가 바티칸에서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두 교황’은 임기 중 은퇴한 베네딕트 16세와 그의 후임자인 프란치스코를 말한다. 대부분 바티칸 안에서 일어나는 대화 위주의 종교영화(?)이지만 결코 설교조나 훈계조가 아닌 재미있고 유머러스하고 또 경건하고 진지하며 긴박감마저 갖춘 준수한 작품이다.

감독은 브라질 달동네 청소년 갱 문제를 다룬 ‘시티 오브 갓’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던 페르난도 메이레리스이고 날카롭고 신랄하고 또 우습고 예지로 가득 찬 각본은 ‘모든 것의 이론’과 ‘보헤미안 랩소디’의 각본을 쓴 뉴질랜드 태생의 앤소니 맥카튼이 썼다.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자칫 정체될 수도 있는 영화를 유동성 있게 흐름을 인도한 탁월한 연출과 함께 영국의 두 노익장 연기파 앤소니 합킨스와 조나단 프라이스의 서로를 보완하면서도 맞서는 연기 탓이다. 둘의 민감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는 연기의 대결이 압권이다.


영화는 2005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사망하면서 독일태생의 보수적인 베네딕트(합킨스)가 새 교황으로 선출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추기경들의 의상과 바티칸 및 시스틴 채플을 재현한 세트가 훌륭하다. 베네딕트에 이어 득표수가 많은 추기경이 놀랍게도 아르헨티나의 호르헤 베어고글리오(프라이스).

이로부터 몇 년 후 가톨릭교계와 바티칸의 스캔들이 커지면서 베어고글리오는 추기경직을 사임하기 위해 바티칸으로 베네딕트을 찾아간다. 그러나 건강상 등의 이유로 임기 중 사임할 것을 결심한 베네딕트는 베어고글리오의 사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매우 진보적인 그가 자기 후임자로서 적격한지를 알기 위해 탐색전 식의 대화를 나눈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며칠 간 두 사람이 귓속말로 또 때로는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진행되는데 이 둘의 대화는 순전히 각본을 쓴 맥카튼의 상상력의 소산이다. 둘이 때론 희롱하듯 또 때론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두 소년이 말장난하듯 다정하게 보이다가도 사뭇 진지하다.

영화는 베어고글리오 추기경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바티칸 밖으로 나온다. 제수잇 신도인 그가 젊어서 신부가 되기로 결정하는 과정과 함께 197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부 독재시절 이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해 동료 신부들로부터 비난을 받던 일들이 회상된다. 베어고글리오 추기경은 자신이 저항의 소리를 높이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하는데 그가 베네딕트의 자기 후임자가 되어달라는 청에 처음에 강력히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침내 베어고글리오는 최초의 남미계 교황 프란치스코가 된다. 그는 교황이 된 후 이민문제와 압박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정열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클로스업으로 찍은 합킨스와 프라이스의 표현력 다양한 얼굴을 보는 것만 해도 흐뭇하다. 아주 귀한 명품과도 같은 작품이다. PG-13. Netflix. 일부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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