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고비인 바위절벽 넘으면 환희의 세상이 쫙~

2019-11-29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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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Jenkins (7,921’)

마지막 고비인 바위절벽 넘으면 환희의 세상이 쫙~

Mt. Jenkins의 정상부위.

마지막 고비인 바위절벽 넘으면 환희의 세상이 쫙~

Mt. Jenkins표지 동판과 Russell Peak 줄기.


마지막 고비인 바위절벽 넘으면 환희의 세상이 쫙~

Owens Peak에서 흘러내리는 Sierra Nevada 산맥의 남단 지맥.



Mt. Jenkins는 Sierra Nevada 산맥의 줄기와 Mojave 사막의 일부를 포함하는 Kern County에 있는 산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땅의 하나라는 Kern County 의 산과 사막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질 수 있는 특별한 산행인데, 유서 깊은 Walker Pass에서 출발하는 코스를 소개한다.

캘리포니아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가며 남북으로 900마일에 걸쳐 펼쳐져 있는 큰 땅인데, 중간쯤의 동쪽편에 험준한 Sierra Nevada산맥이 남북으로 400마일에 걸쳐 뻗어있다. 이 Sierra Nevada는, 잘 조성된 도로나 자동차, 비행기가 전혀 없던 그 옛날에, 미국의 동부에서 말이나 마차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는, 실로 어마어마한 장벽일 수 밖에 없었다. 미국 본토의 최고봉인 Mt. Whitney(14505’)가 바로 이 곳에 있고, 이 산맥의 중심능선은 대체로 10000’ 내외의 고도가 되니, 말 그대로 험준한 고산준령이 황금의 땅 캘리포니아에의 진입을 완강하게 가로 막는 셈이었다. 더구나 이 산맥은 년중 절반 이상이 눈에 덮여있기 십상이라, 그 누구라도 통행 자체가 언감생심, 난공불락의 장성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정점의 고도가 5246’에 불과한 Walker Pass가 지닌 효용은 실로 대단히 큰 것이었다. 그리 높지 않으므로 넘기가 훨씬 수월했고 또 눈이 내리더라도 쉽게 녹는 낮은 고도여서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Pass의 정점에 이르는 노정이 아주 평탄하고 완만한 경사의 사막 땅인 점을 감안하면, 말이나 마차가 이 코스를 통과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니, Gold Rush(1848~1855)와 서부 개척기에 캘리포니아로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익하고 고마운 통로였을 것이다.

Walker Pass는 1834년에 이 지역을 탐사했던 육군장교 Joseph R. Walker(1798~1876)가 토착 인디안을 통해 이 고개의 존재를 알게되어, 이 지역의 지도를 작성함으로써 백인들에게 알려진다. 칠레의 이민집단이 1843년에 이 고개를 넘어 내륙으로 들어갔는데, 이것이 동쪽에서 캘리포니아로 들어온 2번째의 마차행렬이었다고 한다. 이 고개를 알게되어 비로소 Great Basin에서 Sierra Nevada를 넘어 캘리포니아 내륙으로 들어가는 일이 크게 수월해진 것이라고 한다.

1845년에는 Captain John C. Fremont가 Walker를 대동하고 이곳을 오게 되는데, 이 때 그가 이 고개를 Walker Pass로 명명한다. 이 일행 중에 Edward Kern이라는 지형학자도 있었는데, 이 고개 아래 서쪽의 강이 Kern River로 명명된다. 이것이 뒷날 Kern County라는 이름이 생기는 배경이다. 이 Walker Pass는 캘리포니아의 역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되고, 1961년에 미국 정부는 이 Walker Pass를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Walker Pass 정상점의 도로변에 Joseph R. Walker의 초상화가 새겨진 기념조형물이 세워져 있는데, 우리는 바로 그 지점에서 동쪽으로 길을 건너 PCT가 다시 이어지는 곳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편도 7.25마일의 산행중 산밑에서 봉우리로 오르는 0.5마일을 제외한 6.75마일 구간이 PCT를 따라가는 코스로 걷기에 편안하고 시종일관 사막과 사막산들의 경이로운 아름다운을 만끽하게 된다. 왕복 총 14.5마일에 순등반고도는 3300’로 총 8~9시간이 소요된다. 정상에 오르는 마지막 구간에 아주 짧은 Class 3의 바위절벽을 넘는 구간이 있어 고소공포증이 없고 몸이 날렵한 분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Freeway 101 North로 가다가 Freeway 170 North로 갈아탄다. 다시Freeway 5 North에 이어 SR14 North로 들어가 이를 따라 Mojave까지 간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85마일이 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계속 SR14 North를 따라 약 42마일을 더 간다. 왼쪽으로 SR178/Lake Isabella 표지판이 나온다. Freeman Junction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곳에서 SR178 을 따라 서쪽으로 8.4마일을 가면 길 왼편에 Joseph R. Walker 를 기리는 조형물이 있다. Walker Pass이다. PCT가 SR178을 건너서 이어진다. LA 한인타운에서 약 135마일이 되고, 차로는 약 2시간 30분이 걸린다.


등산코스

PCT의 남쪽 기점인 Campo로부터 650.8마일이 되는 곳인 Walker Pass(5246’)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PCT선상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출발점 바로 오른쪽에 한무더기의 Joshua Tree가 있고 그 헐렁한 그늘 아래에 간이벤치와 물병들이 쌓여있어 이채롭다.

PCT Hiker들이 남긴 흔적이겠다. 사실 PCT로 이곳 Walker Pass에 닿기 전 0.5마일쯤에는 Walker Pass Trail Campground가 조성되어 있다. 주로 PCT Trekker를 위한 것으로 생각되는데, SR178을 따라 서쪽으로 1마일을 더 가면 왼쪽에 있다.

등산길은 전체적으로는 북동쪽으로 이어지는 형국으로, 우선 왼편에 있는 봉우리(6366’)의 동쪽 허리를 감돌며 산행이 시작된다. 부드러운 모래흙이라 걷기에 산뜻하다. 오른쪽으로는 계곡 건너로 SR178이 남동쪽의 Freeman Junction을 향하여 뻗어가는 모습이 한폭의 그림이다. 뒤를 돌아보면 남쪽으로 4~5마일 간격을 두고, 정상부의 바위들이 대단히 경이로운 Scodie Mountain(7294’)이 웅장하게 솟아있다. 전후좌우로 보이는 모든 평지와 계곡과 산들의 경관이 부드럽고도 해맑아 매우 아름답게 느껴진다.

0.5마일을 가면 길이 북쪽으로 굽어지고, 1마일이 되면 잠시 서쪽의 봉우리(6529’)를 향하여 올라간다. 대략 6번의 Switchback구간을 오르면 등산로는 다시 북쪽을 향한다.
Pinyon Pine의 숲이 나온다. 능선의 Saddle부에 이르면 잘 자란 멋진 Oak Tree들도 모습을 나타낸다. 오른쪽으로는 계곡이 깊고 그 너머로 보이는 봉우리들이 첩첩하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풍경들이 텅 빈 사막이라 지극히 단순하고 깨끗하다. 갈림길이 없고 뚜렷하므로 굽고 펴짐을 반복하는 등산길을 그저 따라만 가면 된다. 중간의 등산로에 누군가 자그만 돌덩이들로 ‘2000’이라고 숫자를 만들어 놓은 것이 있다. PCT의 북쪽 종점까지 이제 2000마일이 남은 지점임을 알리는 메세지일 것인데, 이를 보는 PCT Hiker들의 감회는 과연 어떤 것일지 궁금하다. 지나온 653마일이 제법 뿌듯하면서, 남은 여정도 ‘아, 이제 2000마일만 더 가면 되는구나!’며 크게 위로를 받게 되어지길 기원해 본다.

2마일을 조금 더 지난 곳에는 오른편에 자그마한 Camp Site(6190’)가 있다. 주로 PCT Trekker들이 이용하는 곳이겠다. 이제 오른쪽에 있는 산줄기의 기슭을 따라가게 되면서, 왼쪽인 북서쪽으로 시야가 열린다. 형언키 어려운 또 다른 대자연의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대략 4마일을 왔을 때, 앞으로 바짝 가까이 있는 뾰쪽한 봉우리는 Morris Peak(7215’)이다. 서쪽에서 보는 이 산은 푸르른 Pinyon송림에 감싸여 있다. 등산로 오른편에 역시 PCT Trekker들이 이용하는 자그마한 Camp Site(6585’)가 있다. 만약 Morris Peak을 오르려면 이곳에서 PCT를 벗어나 오른쪽에서 Use Trail을 찾아 산을 오르면 된다. 대략 0.5마일 남짓에 630’의 고도를 올라서면 큰 바위들이 모여있는 Morris Peak(7215’)의 정상에 서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지점을 그냥 지나쳐 PCT를 따라 계속 직진한다. 대략 30분을 나아가면 등산로 왼쪽에 있는 바위벽의 눈높이 쯤 위치에 Mt. Jenkins의 자락임을 알리는 동판이 박혀있다. 산을 사랑하여 10대 소년기부터 벌써 Mojave사막과 Southern Sierra를 구석구석 샅샅히 탐사하면서, 산은 물론 식물 동물 지질 기후특성들을 조사하고, 토착 인디언, 광부, 목동들에게로 전승되어지던 이야기들을 꼼꼼히 취재하여, 정치한 여러 저서를 출판하면서, USFS Forester로도 활동하였던 James Charles Jenkins(1952~1979)에게 헌정된 산임을 알리는 내용이다. 1979년 어느 날, 산행에 나섰다가 Tejon Pass부근에서 고장난 차를 손보던 중 지나가는 차에 받혀, 27세라는 꽃다운 청춘기에 삶이 마감된 정녕 아까운 인물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PCT를 따라 40분쯤을 나아가야 왼쪽으로 Mt. Jenkins를 오르는 Use Trail이 나오는데, 이 곳에 이르는 1.5마일내외의 등산로에서 보게되는 동편의 광대한 전망은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와 감탄성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Sierra Nevada산맥의 왕성한 정기가 암봉 Owens Peak(8453’)으로 힘차게 솟구쳐 오르고, 그 한 지맥이 드넓은 Mojave사막을 동남쪽으로 내달리다가 Five Fingers(5174’)에서 마지막 용틀임을 한 뒤에 사막으로 잦아진다.

또 다른 지맥은 남쪽의 Mt. Jenkins로 불끈 솟았다가 Morris Peak으로, 다시 Russell Peak(6696’), Backus Peak(6651’)으로 그 힘을 분풀하고 마침내 Oedipus Peak을 마지막으로, Gaia의 피부인양 희고 깨끗한 Mojave사막으로 수렴된다. 고동치는 여신의 혈맥들이 일망무제 그대로 한 눈에 들어온다. 풍수를 감식하던 조선의 지관이었다면, 백인들이 찾던 그런 황금이 아닌, 약동하는 명당 혈처를 어렵지 않게 도처에서 찾아낼만 하다는 소회가 떠오른다.

해발고도 7000’에 6.75마일인 지점에 왼쪽으로 Mt. Jenkins에 오르는 Use Trail이 갈라져 오른다. 한 무더기 돌을 쌓아놓은 Ducks가 있다. 아래에서 바라보는 Mt. Jenkins의 정상부는 너무나 가파르고 험상궂어 감히 오를 엄두가 나지 않고, 어디가 정상점인지도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 뚜렷이 드러나는 Use Trail을 따라 오르다 보면, 신기하게도 그리 위태롭지 않게 정상에 오르게 된다. 마지막 정상 암벽에 이르면 양손을 다 쓰며 조심스레 올라서 넘어야 하는 지점이 한 군데 있다. 일단 이 지점을 넘어서면 20m남짓의 최정상에 오르는 것은 땅짚고 헤엄치기이다.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은 역시 최고이다. 북쪽으로는 밝은 바위산인 Owens Peak(8453’)이 우뚝하고 동남쪽으로 또 남쪽으로 윤곽이 깨끗하고 선명한 산줄기들과 암봉들이 광대무변의 Mojave사막을 가로지르며 뻗어있는 모습이, 한 무더기 현란한 Diamond로 장식한 여신의 왕관처럼 목걸이처럼 아름답고도 영롱하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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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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