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격한 회교도 이민가정 소녀가 겪는 문화갈등·성적 방황 등 성장통 사실적 묘사

2019-11-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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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라’(Hala) ★★★½ (5개 만점)

엄격한 회교도 이민가정 소녀가 겪는 문화갈등·성적 방황 등 성장통 사실적 묘사

보수적인 가정과 개방적인 외부 세계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할라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시름을 달랜다.

파키스탄 이민가정의 고3 소녀가 회교도로 보수적인 부모가 지배하는 가정과 개인과 자유를 찬양하는 미국사회 사이에서 성장통을 앓는 드라마로 조용하면서도 강렬하다. 이민가족인 한국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부쩍 자라는 10대의 영육의 욕망과 갈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

영화를 감독한 민할 바이그의 반자전적 이야기로 전반은 매끄럽게 진행되다가 후반에 들어 다소 터무니없이 얘기가 진행되면서 갈팡질팡하는 감이 있으나 인간적이요 생동감 있고 또 조용한 잘 만든 소녀의 성장기다.

시카고 교외에 사는 변호사로 미국화 됐지만 철저한 회교도신자인 아버지(푸르비 조쉬)와 엄격하기 짝이 없는 어머니(아자드 칸)를 둔 할라(제랄딘 비스와나탄)는 글재주가 뛰어난 아름다운 고3년생으로 스케이트보드를 즐긴다. 아버지는 비록 할라를 사랑하고 미국화 했지만 보수적인 파키스탄 남자의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했고 어머니는 집에서 파키스탄 원어인 우르드어를 쓰면서 딸에게 혹독할 정도로 엄격하다.


똑똑하고 생기발랄한 할라는 이런 가정과 외부세계 사이에서 어느 한 곳에도 제대로 소속하지 못해 방황하는데 위로가 있다면 글을 쓰는 것. 할라의 글재주를 독려하는 사람이 영어선생 로렌스(게이브리엘 루나).

영화는 할라의 정신적 방황과 함께 그 또래의 10대가 겪는 성적 욕망까지 아주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는데 할라가 금발의 동급생 제시(잭 킬머)와 사귀면서 첫사랑에 빠진다. 첫 사랑의 당황과 주저와 희열 그리고 첫 섹스가 무척 자연스럽게 처리됐다.

그러나 아버지가 할라의 외출과 데이트를 금지하는데 이와 함께 할라가 아버지의 비밀을 우연히 목격하면서 할라의 아버지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바뀐다. 그리고 영화는 후반에 들어 아버지를 거의 악마처럼 묘사하면서 그 때까지 엄격하기만 하던 어머니를 돌연 할라의 구원자처럼 바뀌어 다소 납득하기가 힘들다.

뛰어난 것은 비스와나탄의 허점이 보이면서도 결코 자신의 꿈과 신념을 버리지 않는 강인함을 함께 보여주는 연기. 영화를 혼자 끌고 가는 힘이 느껴진다. 할라는 우르드어로 달무리라는 뜻. 촬영도 좋다. 성인용.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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