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페라리 잡아라” 언더독의 스릴 넘치는 카레이스

2019-11-15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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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포드 대 페라리’(Ford v Ferrari) ★★★★ (5개 만점)

▶ 성격 다른 레이서와 차 디자이너 베일-맷 데이먼 좌충우돌 콤비, 차 경주와 자존심·의지대결 볼 만

“페라리 잡아라” 언더독의 스릴 넘치는 카레이스

자동차 디자이너 쉘비(왼쪽)와 경주차 운전사 마일스는 프랑스의 르 망 자동차경주에서 승리한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자존심을 건 포드와 페라리의 자동차 경주를 다룬 원기왕성하고 속도감과 스릴이 넘치는 드라마로 장시간 이어지는 초고속 경주 장면을 보자니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려지는 흥분감에 젖게 된다.

언더독의 얘기이자 ‘버디 무비’이기도 한데 주·조연을 비롯한 인물들의 성격 개발이 잘 돼 이들 간에 빚어지는 자존심과 의지의 대결 또한 경주 못지않게 박력 있다. 자동차와 인간이 한데 어우러져 드라마의 열기를 내뿜는 튼튼한 영화다.

1966년 프랑스에서 열린 24시간에 걸친 ‘르 망’경주에서 콧대 높은 페라리를 물리치고 우승한 포드의 승전실화다. 이 차를 몬 성질 괴팍한 켄 마일스(크리스천 베일)와 전직 경주차 운전사인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쉘비(맷 데이먼)의 이야기로 둘의 좌충우돌하는 대결과 의기투합이 경주의 스릴을 등에 업고 극적인 역동성을 발산한다.


‘르 망’경주는 운전사 2명이 차를 교체해 몰면서 24시간을 달리는 어려운 경주로 속도와 품위를 고집하는 페라리가 만든 자동차가 연승을 하다시피 한다. 이에 도전하는 사람이 헨리 포드 2세(트레이시 레츠). 그는 파산지경의 포드를 회생시킨 리 아이아코카에게 전권을 주면서 페라리를 이길 자동차를 만들라고 지시한다. 이 때는 엔조 페라리(레모 지로네)가 절대통치자로 군림하던 페라리사가 경영난에 봉착했을 때로 포드는 페라리를 인수하려고 시도하다 실패한다.

아이아코카가 고용한 사람이 1959년 ‘르 망’ 챔피언으로 경주에서 은퇴 후 자동차 디자이너가 된 쉘비. 쉘비는 여러 가지 디자인에 손을 대면서 일을 벌여놓는 사람. 쉘비는 포드에게 고용된 후 차를 몰 운전사로 미 데이토나 경주 챔피언인 마일스를 선택하는데 처음에 마일스가 쉘비의 제안에 응하질 않는다. 그리고 둘이 육박전까지 치른다.

고집불통이요 성질 급한 마일스는 영국에서 이민 온 사람으로 당시 LA에서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가 고분고분하게 대하는 사람은 이해심 깊고 아름다운 아내 몰리(케이트리오나 발피)와 어린 아들 피터(노아 줍) 두 사람 뿐이다.

경주용 새 자동차를 몰 뿐 아니라 디자이너에도 적극 참여할 권한을 받은 마일스는 쉘비와 함께 새 자동차 제작에 들어가고 여러 차례 시험운전을 통해 디자인을 수정해 마침내 경주에 나갈 차를 완성한다. 영화의 중간 부분을 차지하는 이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1년 내 새 차를 만들어야 하는 시간에 쫓기는 초조감과 위험이 가득한 시험운전 장면이 안팎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편 포드가 새 차를 만들어 자기에게 도전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들은 페라리는 콧방귀를 뀐다. 그리고 마일스와 쉘비는 둘이 새로 고안한 스포츠카로 ‘르 망’ 경주에 도전한다. 자동차들이 출발선에 나서는 장면과 이어 벌어지는 경주가 ‘벤-허’의 전차경주 장면을 연상시킨다. 우중에 벌어지는 초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경주가 압권인데 촬영이 경탄스러울 지경으로 박력과 스릴을 조성한다.

베일과 데이먼이 서로 교감하면서 절묘한 컴비네이션을 조성하는데 보기 좋은 연기다. 그러나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포드 역의 레츠의 연기다. 중후한 몸집의 그가 묵직하면서도 교활한 연기를 해 영화의 질을 한층 높여준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 PG-13. 상영시간 2시간 30분. Fox. 전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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