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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상황·사회 이슈 등 저항 거세

2019-11-15 (금)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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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하탄 선언 10주년

시대 상황·사회 이슈 등 저항 거세

맨하탄 선언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동성애 반대 시위. [AP]

낙태·동성결혼 반대 등 주장한 기독교인 대표적 저항운동
`성 정체성 차별금지 법' 제정으로 신앙적 양심 지키기 어려워져
현 세대에 맞는 기후변화·기아 퇴치 등 글로벌 주제로 확대해야

2009년 미국인들의 신앙적 양심에 불을 지폈던‘맨하탄 선언(Manhattan Declaration: A Call of Christian Conscience)’이 이달 20일로 10주년을 맞는다. 빠르게 세속적으로 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서는 기독교인들의 대표적인 저항 운동으로 기록된‘맨하탄 선언’ 이후 지난 10년간의 성과와 향후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맨하탄 선언’이란?
‘맨하탄 선언’은 미국의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적 양심을 지키기 위해 정부를 대상으로 시민불복종까지 감수하겠다는 저항의 의지를 담은 것이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전개됐던 세속적 진보정책에 대한 반발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선언서에 등장하는 핵심 단어는 3가지로 ‘생명의 신성함’ ‘전통적 결혼’ ‘종교의 자유’를 지지하는 내용이다. 복음주의 지도자이자 교도소 선교회 대표인 찰스 콜슨, 프린스턴 대학교 로버트 조지 교수, 비선 신학교 티모시 조지 학장 등이 초안을 작성했고 개신교계 지도자는 물론 15명의 로마가톨릭 대주교와 동방정교회 등 종교와 교파를 초월한 기독교인 150여명이 서명했다.

‘생명의 신성함’은 낙태, 존엄사, 안락사, 조력자살 등을 허용하는 모든 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전통적 결혼관’은 동성결혼을 비롯해 이혼, 동거, 미혼 가정의 자녀 출산까지 모두 반대하는 내용이다. ‘종교의 자유’는 자신의 신앙을 지키려다 오히려 정부의 제재나 박해를 받는 것은 종교의 자유권을 박탈당한 것이기에 어떠한 저항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선언서 발표 직후 전국에서 기독교인들의 지지가 이어져 55만 여명 이상이 온라인 서명에 동참했다. 이를 두고 교계 일부 지도자들은 ‘예수는 낙태와 동성결혼에 대한 가르침을 준 적이 없으며 병들고 가난한 이웃을 돌보라고 했다’면서 선언서가 신앙적인 접근보다는 정치적 전략에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동성결혼 반대에 대한 반대를 외치는 교계 목소리도 컸다.

▶그 후 10년의 변화
기독교의 전통적인 가치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맨하탄 선언’이었지만 이를 전후로 벌어진 시대적 상황은 기독교 정신과는 갈수록 더욱 거리가 먼 반대방향으로만 흘러갔다. 심지어 최근에는 출산 직전이나 출산 시점에서도 필요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명 ‘태아 살인’까지도 용납될 만큼 곳곳에서 낙태 규정 완화가 추진되거나 승인된 상태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도 동성애자들의 숙원이던 혐오방지법이 제정돼 성적 성향과 성 정체성이 차별 금지 항목에 추가됐고 이를 계기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일부 주에서는 성직자들이 성경의 가르침대로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하면 오히려 차별 혐의로 처벌 받을 위험에 내몰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미국 대통령 최초로 동성애 지지를 공표한 것은 물론 임기 중 동성결혼까지 합법화시킨 인물이다. 또한 건강보험개혁법 시행으로 낙태를 유도하는 약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고 의료인들의 피임약 처방이나 낙태 수술까지 자유로워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들도 동성애 반대 청원이나 채널, 계정 등을 차단시키는가 하면 신앙적 양심에 따라 동성결혼식 주례를 거부한 목회자나 웨딩케이크, 꽃 장식, 사진 촬영 주문을 거절한 업주들은 그간 줄줄이 소송을 당했다.


동성애 차별금지가 사회규범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이 오히려 차별 가해자로 몰려 어려움에 처한 셈이다. 청교도들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에 건너와 기독교 정신을 기초로 나라를 세웠지만 지금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하며 오히려 핍박 받는 처지가 됐다.

▶아직은 실패가 아니다
최근 ‘맨하탄 선언’ 10주년을 맞아 곳곳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기독교인들의 향후 과제에 대한 고민이 역력했다. 10년 전의 선언이 낙태, 동성애 등 전통적 결혼관과 생명 존중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와 어긋나는 일에 신앙적 양심으로 맞섰을 때 종교의 자유를 침범 당한 것이자 시민 저항이 허용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좋은 계기였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과거 선언의 핵심 내용이 이미 낡은 주제들이란 비판도 나온다. 낙태와 동성애, 종교의 자유 등이 여전히 사회적으로도 뜨거운 이슈지만 현 세대들은 과거 세대만큼 이러한 이슈에 관해 보수적인 입장이 아니어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구촌 기아 근절과 질병 퇴치, 인종차별, 글로벌 기후변화, 난민구조 및 이민법 개혁 등 더 크고 시급한 글로벌 주제들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종교와 결부시키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다며 ‘맨하탄 선언’의 실패를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계에서는 실패로 단정하기보다는 ‘아직’은 실패가 아닌 현재 진행형으로 받아들이자는 분위기다. ‘맨하탄 선언’이 여러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기독교인의 기본적인 사명을 일깨우고자 한 것인 만큼 기독교 시민운동으로 이어나가면서 세속화되는 사회에 복음으로 희망을 심어줘야 한다고 외친다.

신앙의 양심을 지키고 두려움 없이 전진하면서 ‘맨하탄 선언 제2탄’을 통해 급변한 세상에 맞춰 교회가 근본을 잃지 않고 교회다움을 지켜나갈 때 새로운 교훈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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