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트리’ vs ‘할러데이 트리’ 명칭 논란
2019-11-15 (금)
이정은 기자
▶ 이름 놓고 위스콘신주 공화·민주당 정치권 힘겨루기
성탄절을 앞두고 ‘크리스마스’ 호칭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제기됐다. 특히 이번에는 정치권에서 정당끼리 옥신각신 힘겨루기로 번져가는 양상이다.
위스콘신 주하원은 12일 주의회 의사당에 매년 성탄 장식을 하게 될 상록수를 ‘크리스마스트리’로 명명하는 결의안을 찬성 64, 반대 30으로 통과시켰다. 주지사가 ‘할러데이 트리’로 부르겠다고 발표한지 4일 만에 뒤집은 것이다. 찬성표는 공화당원 60명과 민주당원 4명, 반대표는 모두 민주당원이다. 결의안이 주상원을 통과시키면 주지사 서명 없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이름이 확정된다.
앞서 지난 8일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성탄절 장식 대신 과학을 주제로 학생들이 다양한 장식을 꾸미도록 하고 올해부터는 ‘할러데이 트리’로 부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층 건물 높이의 주의회당 앞 대형 트리는 1916년부터 매년 성탄절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오며 주정부의 대표적인 성탄절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초반에는 ‘크리스마스트리’였지만 이후 25년간 ‘할러데이 트리’로 불렸고 2011년부터는 공화당 출신의 직전 주지사가 ‘크리스마스트리’로 바꿔 불러왔다. 이어 민주당 출신의 현 주지사가 이를 ‘할러데이 트리’로 다시 바꾸려고 하자 공화당 주도의 주하원이 즉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에버스 주지사는 “‘할러데이 트리’란 명칭이 기독교인은 물론 비기독교인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주하원은 “주정부가 모든 종교와 문화 및 풍습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원래 부르던 기독교식의 ‘크리스마스트리’란 명칭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주하원은 크리스마스트리 명명 결의안을 통과시킨 같은 날 추수감사절 주간의 일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전국 성경 주간(National Bible Week)’으로 선정하는 결의안도 함께 채택했다. 찬성 86표, 반대 9표, 기권 4표 가운데 반대표를 던진 9명은 모두 민주당 의원이었다. 통과된 결의안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1941년에 최초로 선포한 것과 같은 내용이며 성경 읽기 권장을 목적으로 당시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전국 성경 협회가 주도한 바 있다.
‘종교로부터의 자유 재단(FFRF)’은 주하원의 투표가 있기 직전에 이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고 비기독교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가령 ‘전국 코란 주간’이 결의됐을 때 상상할 수 있는 기독교인들의 거부 반응과 같은 맥락에서 역지사지하라고 충고하며 특정 종교를 부각시킨 기독교 옹호 정책에 따르지 않는 비기독교인이 2등 시민처럼 비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