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성영화시대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 통렬하게 고발 블랙코미디

2019-11-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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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셋 대로’ (Sunset Boulevard·1950) ★★★★★(5개 만점)

▶ 빅스타 노마 역 스완슨, 신들린 연기...비평가 “역대 최우수 작품 중 하나”

무성영화시대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 통렬하게 고발 블랙코미디

노마가 조(왼쪽) 앞에서 “과거에는 얼굴들이 있었다”며 무성영화 시대를 그리워 하고 있다.

환상과 미혹 위에 세워진 할리웃의 실상과 허상을 통렬하게 고발한 드라마이자 또 그것들을 음침하게 조소한 뛰어난 블랙 코미디다. ‘할리웃의 과거요 현재며 미래’라고 불리는 작품으로 로맨틱하고 우아했던 무성영화 시대를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이기도 하다. 미 영화비평가들이 역대 최우수 작품 중 하나로 꼽는 명작이다.

시작부터 충격적이요 야유조다. 선셋 불러바드에 있는 노마 데즈몬드(글로리아 스완슨)의 저택에서 노마의 총격을 받고 저택 풀에 눈을 뜨고 엎드린 채 떠오른 노마의 젊은 기둥서방 조(윌리엄 홀든)의 얼굴을 카메라가 물 밑으로부터 보여주는 가운데 조의 회상조 내레이션이 들린다. “딱한 바보 녀석, 그렇게 자기 풀을 갖고파 하더니 결국 혼자 독차지하게 됐구먼”이라고 죽어서도 농담을 한다.

각본가로 성공하려고 할리웃에 온 조는 자동차 페이먼트가 밀려 차를 회수하러 온 사람들을 피해 차를 몰고 선셋 불러바드로 달아나다가 무성영화 시대의 빅스타 노마의 집에 숨으면서 노마의 기둥서방이 된다.


감독 빌리 와일더는 현실성을 살리고 또 그 것을 비웃기 위해 무성영화 시대의 빅스타를 비롯한 영화와 연예인들을 실명으로 출연시키는가 하면 이 영화를 만든 파라마운트사(코리아타운 인근 멜로즈 거리에 있다)의 건물과 함께 실제 영화 촬영장면까지 삽입했다. 무성영화 시대의 명 코미디언 버스터 키튼과 당대 명성을 떨쳤던 여류 가십 칼럼니스트 헤다 하퍼 및 ‘십계’를 만든 명감독 세실 B. 드밀 등이 실명으로 나온다. 그리고 노마의 전 남편이었으나 지금은 노마의 하인 겸 운전사로 전락한 막스로는 무성영화 시대 명감독이자 배우였던 에릭 본 스트로하임이 나온다.

전율을 느낄 정도로 뛰어난 것은 스완슨의 광기 어린 연기. 스완슨은 이 영화로 9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다. 스완슨은 무성영화 시대 빅스타로 이 영화를 ‘나의 진정한 컴백’이라고 말했다. 그는 케네디 가문의 보스였던 조셉 케네디의 혼외정사의 연인이었다.

영화는 감독상 등 모두 11개 부문에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으나 각본상과 음악상(프랜츠 왝스만) 등 3개 부문에서만 수상했다. ‘오페라의 유령’을 작곡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에 의해 뮤지컬로 만들어져 히트했다. 13일 오후 2시 뉴베벌리 시네마(7165 베벌리 불러바드)에서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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