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2019-11-05 (화) 12:00:00
조순희

전미영 ‘Resurrection’
퇴근 무렵,
한 사내가 술을 마신다
두어 평 남짓한 포장마차에 앉아
잘려나간 하루를 되새김질한다
주름진 목 안으로 불편을
밀어 넣고 있다
조순희 ‘소’
눈이 크고 두려움 많은 소는 맹수가 무서워 서둘러 풀을 뜯어 삼키곤 했다지. 안전한 곳에 가서 천천히 토해내어 다시 씹었다지. 사람과 개가 지키는 외양간에서 살게 된 뒤에도 되새김질을 멈추지 않는다지. 이제는 두려움보다 하루 일과를 반추한다지. 기다란 혀로 일기를 쓴다지. 그 날 치 전쟁을 치른 직장인들이 하루를 돌아보는 포장마차가 한갓진 외양간이었구나. 주름진 목 안으로 불편을 밀어 넣기도 하지만, 뿌듯한 성취를 맛볼 때도 있었으리라. 소처럼 고된 노동을 끝낸 이들이 하나 둘 포장마차로 들어선다. 낯선 소들끼리 눈을 마주쳐도 낯설지 않다. 왁자지껄 쨍그랑 여럿이 함께 되새김질을 하기도 한다.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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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