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베어 호수의 푸른 물에 도시의 고단함 잠시 잊고…

2019-11-01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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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Bertha Peak (8,201’)

빅베어 호수의 푸른 물에 도시의 고단함 잠시 잊고…

등산로변의 Western Juniper, Pinyon Pine, Mountain Mahogany들.

빅베어 호수의 푸른 물에 도시의 고단함 잠시 잊고…

등산로변의 벤치와 Big Bear Lake.


빅베어 호수의 푸른 물에 도시의 고단함 잠시 잊고…

Big Bear Dam에서 본 호수.


빅베어 호수의 푸른 물에 도시의 고단함 잠시 잊고…

Nature Discovery Zone 입구.



우리 한인 등산인들이 흔히 Big Bear지역의 산을 찾아 간다고 할 때는 사실은 San Gorgonio Wilderness에 있는 10,000’가 넘는 고산들인 경우가 많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Big Bear라기 보다는 San Bernardino 산군을 찾아간다고 하는 것이 옳은 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커다란 인공호수인 Big Bear Lake의 주변에도 아름다운 산들이 대단히 많은데 장대한 소나무들이나 Juniper들이 꽉 들어차 있고 산들이 많다보니 그에 따른 큰 호수들도 여럿이 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오늘은 Big Bear Lake의 북쪽 가까이에 있어 아름다운 이 호수를 잘 굽어 볼 수 있고 등산시작점까지 도로포장이 잘 되어있어 일반승용차로도 쉽게 갈 수 있는 Bertha Peak을 찾아간다. 특히 물이 절대 부족한 우리 남가주에서 19세기 말에 불과 100m 남짓한 짧은 길이의 댐을 쌓아 전장 7마일에 이르는, 그 당시로는 세계 최대의, 아름다운 인공호수로 탄생된 이 Big Bear Lake는 오늘날에도 실로 우리 남가주의 소중한 보석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필자가 산행을 통하여 경험한 바로는 이 아름다운 Big Bear 호수를 가장 잘 또 가장 많이 전망할 수 있는 산행이 바로 이 Bertha Peak을 오르는 것이기도 하다. 일년 사시사철 거의 모든 계절을 통하여 늘 많은 사람들이 이 산을 오르는 소이연일 것이다.


이 산을 오르는 일반적인 루트는 2개인 것으로 안다. 하나는 SR-38상의 Fawnskin이라는 동네에서 동쪽으로 2마일을 가면 나오는 Polique Canyon Road에서 좌회전하여 비포장도로로 3마일정도를 들어가서 처음부터 대체로 PCT를 따라가는 짧은 루트(왕복 3.2마일, 순등반고도 800’, 2시간 소요)가 있고, 또 하나는 SR-38상의 Fawnskin이라는 동네에서 동쪽으로 2.5마일을 가면 나오는 Cougar Crest Trailhead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루트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거리가 너무 짧고 매우 단조롭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Cougar Crest Trail을 따라가는 산행을 하고자 한다. 왕복 7마일에 순등반고도는 1,500’가 되고, 총 산행소요시간은 4시간 내외가 된다. 전자에 비해 훨씬 다양한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고, 또 여러가지로 유익한 볼거리가 많은 ‘Big Bear Discovery Center’나 ‘Nature Discovery Zone’도 손쉽게 들러볼 수 있다. 이 경우 1~2시간이 더 소요된다.

Bertha라는 이 산의 명칭은 여성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겠으나, 그 유래를 확실히는 모른다고 한다. 다만 1860년대에 이곳의 Belleville’s Octagon Saloon에서 일하며 인기가 높던 한 아가씨의 이름이었거나, 아니면 1870년대에 이곳에서 양을 기르던 Benjamin Barton가족 가운데 한 여인의 이름이 아니었을까 추정하는 실정이다. 어쩌면 어느 화창한 날에, 황금을 찾아 모여들던 49er나 사냥꾼 등 거칠지만 단순했을 서부의 사나이들이 이 Saloon의 단골마담을 졸라서 예쁜 아가씨들 몇몇을 동반하여 아직은 이름이 없던 이 산으로 원족을 갔었고, 이를 계기로 그 사내들이 그 중에 가장 상냥하고 아름다웠던 아가씨의 이름으로 이 산을 호칭하게 된것이 그 시작이 아니었을까 하는 소박한 상상을 해본다.

산행후에 시간의 여유가 있으면 이곳에서 다시 SR-38을 타고 동쪽으로 0.3마일쯤을 더 가거나, 0.5마일 거리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더 걸어서 ‘Big Bear Discovery Center’와 ‘Nature Discovery Zone’에 들리시길 적극 권한다. 이곳의 역사와 동물 식물 광물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을 친절한 자원봉사자로부터 들을 수 있고, 박제된 다양한 동물들도 직접 만날 수 있다.

가는 길

I-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I-215를 만나면 이의 북쪽으로 갈아탄다. 다시 SR-210이 나오면 이를 타고 동쪽으로 간다. SR-330을 만나면 다시 북쪽으로 간다. 가다보면 다음에는 SR-18을 만나게 된다. 이 길을 따라 Big Bear Dam까지 가면 왼쪽으로 SR-33이 나온다. SR-33을 따라 동쪽으로 Fawnskin까지 간다.

Fawnskin에서 계속 동쪽으로 2.5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잘 마련된 아름다운 Cougar Crest Trailhead의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에 주차하고 주차증을 차안에 잘 걸어둔다. LA한인타운에서 이곳까지 대략 104마일이 되며 2시간 30분 내외가 걸린다.


등산코스

주차장(6,850’)에서 북쪽으로 나있는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0.15마일을 가면, 이 포장도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이 포장도로를 따라 0.5마일을 가면 Big Bear Discovery Center쪽에 이르게 되는데,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흙길인 Cougar Crest Trail로 직진한다. 등산로는 비교적 통행이 많으므로 잘 정비되어 있다. 갈라지는 일이 없이, 비록 자주 왼쪽으로 굽는 느낌으로 구불구불하지만 크게 보면 계속 북쪽으로 올라가는 모양새이다.

Pinyon Pine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중에, 우뚝한 키에 멋진 몸매를 자랑하는 큰 키의 소나무 Jeffrey Pine이 특히 눈에 띈다. 솔방울에 나있는 가시가 안쪽으로 굽어있고, 나무의 몸체에서 바닐라 향이 맡아진다. 키에 비해 몸이 두툼하면서 붉은 색을 띄는 거목들은 Western Juniper이고, 그리 굵지 않은 몸매가 까맣고 가지가 많이 나있으면서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것은 Mountain Mahogany이다. 키가 낮으면서 잎이 둥글고 몸체가 빨간 관목은 Manzanita일 것이다. 붓털같은 모양의 노란 꽃을 무리지어 한아름 가득 가득 피우고 있는 식물이라면 아마도 Rabbit Brush일 것이다.

0.4마일 지점에서 얕은 Gully를 지나서면 푸르른 병풍이 연상되어지는 산줄기가 눈에 들어오는데, 그 가운데 약간 동쪽으로 정상에 가물하게 안테나 시설이 보이는 봉우리가 우리의 목표인 Bertha Peak이다.

0.7마일 지점(6940’)에 이르면 조촐한 벤치가 놓여있고 등산로는 왼쪽으로 굽어든다.
1.4마일쯤에서 또 벤치가 놓여있는데, 이젠 남쪽으로 Big Bear 호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2마일쯤 부터는 Big Bear Lake의 푸른 물줄기가 더 많이 눈에 들어오는 지점이 많아지고 따라서 3개쯤의 벤치들이 거듭 놓여 있다. 아름다운 Big Bear 호수의 전망을 즐기며 잠시 쉬어 갈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한 그 마음들이 고맙다.

계속 북쪽으로 나아가던 길이 동쪽으로 꺾인 다음에 2.3마일지점(7570’)에 이르면 PCT와 만나 이에 통합되는 Junction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정상까지는 등산로의 주된 진행방향이 동쪽으로 바뀌게 된다. 즉, 오른쪽으로 난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균제된 푸르른 숲 가운데, 두드러진 불협화음처럼 고사목되어 검붉은 큰 몸뚱이를 드러낸 채 서있는 Juniper 몇 그루에서 문득 광음과 젊음과 영광의 덧없음이 느껴진다.
동시에 오늘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을 늘 인식하고 잘 향유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0.2마일쯤을 나아가면 아름다운 큰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아래로 또 벤치 2개가 서로 가까이 놓여있는 지점(7612’)에 이른다. 이정판이 있고 PCT임을 알리는 Paddle이 있다. 계속 직진하여 2.8마일 지점(7675’)에 이르면 PCT는 왼쪽으로 빠져 나간다. Bertha Peak으로 오르는 길은 직진인데, 여기서부터는 길이 제법 넓고 가파르다. 산림이나 시설물관리를 위해 조성한 비포장 찻길이다. 길변으로는 주로 Pinyon Pine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데, 결실의 계절답게 잘 영글고 익어져 한껏 벌어진 솔방울에서 나무 아래로 떨어뜨려 놓은 ‘Pine Nut’들이 눈길 발길 손길을 붙잡는다.

여러 차례의 Switchback을 지나며 0.75마일쯤을 더 가면 드디어 몇개 송수신탑들이 서있는 Bertha Peak의 정상(8201’)에 오르게 된다. 최정상에 있는 통신시설을 한바퀴 빙 돌면서 사방의 전망을 두루 살펴 보는게 좋겠다. 특히 남쪽으로 아름다운 Big Bear Lake의 푸른 물이 마치 흐르는 강물처럼 동서로 길쭉하게 보인다. 그 너머로는 Sugarloaf Mountain(9952’)이 둥그런 자태를 드러내고, 다시 그 뒤로 멀찌감치 우리 남가주 제1봉인 Mt. San Gorgonio(11503’)가 시야에 들어 온다. 서쪽으로는 Grays(7920’) Butler(8535’), Crafts(8364’), Delamar(8398’) 등이 멀지 않은데, Mt. Baldy(10064’)와 그 주변의 봉우리들도 멀리서나마 자신들의 존재감을 어렴풋이 드러낸다. 이 밖에도 북쪽으로 또 동쪽으로 이름을 알만한 있는 뭇 산들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건네 온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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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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