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얼굴 회복 위한 연쇄살인극...무서우면서도 아름다운 광기, 공포영화 대가 프랑쥐 작품

2019-10-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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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회복 위한 연쇄살인극...무서우면서도 아름다운 광기, 공포영화 대가 프랑쥐 작품

크리스티안은 자동차 사고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얀 가면으로 가리고 산다.

프랑스 공포영화의 대가 조르지 프랑쥐의 서스펜스와 스릴로 가득 찬 시적 공포영화로 흑백 영상미가 몹시 아름답다. 프랑켄슈타인 등 광적인 의사의 집념을 주제로 한 초현실적 분위기를 지닌 서정적 공포영화로 몸서리처지는 장면이 있는데도 아름답다. 공포영화와 동화의 혼성작품으로 얼굴 없는 천사 같은 주인공 크리스티안의 데스 마스크 닮은 가면을 쓴 모습이 마치 혼을 유혹하는 귀신의 그것처럼 으스스한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파리 교외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제네시에르(피에르 브롸쇠르)는 자기가 몰던 자동차의 사고로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진 딸 크리스티안(에디트 스코브)의 얼굴을 회복시키는데 광적으로 집념한다. 제네시에르는 자신의 충실한 여 조수 루이즈(알리다 발리)를 시켜 젊은 여인들을 납치한 뒤 수술실로 옮긴다. 제네시에르는 이들의 얼굴 피부를 떼어내 딸에게 이식수술을 하는데 매번 실패한다.

거울마다 검은 천으로 가린 대저택에서 얼굴에 가면을 쓴 채 사는 크리스티안은 자기 방과 실험실과 실험용 개들이 있는 곳을 왕래하는 것이 일과. 옷깃을 올린 백의를 입은 크리스티안이 무표정한 하얀 가면에 뚫린 두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두 눈이 저 세상 사람의 것 같은데 크리스티안은 걸음도 마치 유영하듯이 걸어 더욱 귀기를 내뿜는다.


한편 경찰은 얼굴 피부가 따내진 여자들의 연쇄살인 사건이 제네시스와 관계가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수사망을 좁혀간다. 그리고 결코 자신의 과거의 얼굴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크리스티안은 자기 때문에 젊은 여자들이 희생되는 것에 절망하고 좌절하다가 광기가 발동, 처참한 비극이 일어난다.

수술 장면이 충격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데 사람의 심리를 극도로 불안하고 두렵게 만든다. 크리스티안이 집에서 뛰쳐나와 가면을 벗어던지고 밤길을 물 흐르듯 걸어가는 주위로 흰 비둘기들이 비상하는 마지막 장면이야말로 한 편의 시다.

23일 오후 2시 뉴 베벌리 시네마(7165 Beverly Bl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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