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치당원이 되고 싶은 10세 소년 재미 넘치는 히틀러 풍자영화

2019-10-18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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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조 래빗’ (Jojo Rabbit) ★★★½ (5개 만점)

▶ 유겐트 훈련 받다 쫓겨나고 상상의 친구 히틀러 나타나…
주인공 역 그리핀 천재적 연기 감독 와이티티, 히틀러 역 출연 토론토영화제서 관객상 수상

나치당원이 되고 싶은 10세 소년 재미 넘치는 히틀러 풍자영화

어린 조조는 상상의 친구 히틀러로부터 훌륭한 나치가 되는 길을 배운다.

나치당원이 되고 싶은 10세 소년 재미 넘치는 히틀러 풍자영화


나치와 히틀러를 풍자한 영화이자 충실한 나치가 되려고 고군분투하는 소년의 성장기로 배꼽 빠지게 우스우면서도 상냥한 기운이 감도는 작품이다.

뉴질랜드 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연출하고 신나게 히틀러 역도 해내는데 상당히 위험한 주제를 재주껏 코미디로 소화시켰다. 지난 9월의 토론토영화제서 관객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재미있고 또 우습긴 하지만 풍자영화로선 신랄한 맛이 모자라 채플린이 히틀러를 풍자한 영화 ‘위대한 독재자’를 보면서 느끼는 톡톡 쏘는 감이 부족하다. 그리고 같은 농담과 유머가 반복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김이 새는 것도 흠이다.

이 영화는 나치를 몽땅 바보천치들로 묘사한 TV시리즈 ‘호간의 영웅들’과 또 다른 히틀러 풍자영화 ‘제작자들’과 함께 오스카상을 탄 ‘인생은 아름다워’ 및 ‘안네 프랑크의 일기’ 등을 연상케 만든다.

2차 대전 말기 독일의 한 마을에서 어머니 로지(스칼렛 조핸슨)와 함께 사는 10세 난 조조 베츨러(12세난 영국소년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가 기차게 연기를 잘 한다)는 충실한 나치가 되는 것이 꿈. 그래서 조조는 히틀러를 상상의 친구로 두었는데 이 히틀러가 계속해 조조에게 현실로 나타나면서 조조를 충실한 나치가 되도록 고무시킨다. 조조의 아버지는 전장에 나갔다.

조조는 친한 친구 요르키와 함께 나치 청소년단체인 히틀러 유겐트에 가입해 훈련을 받는데 지도교사는 나치 대위 클렌첸도르프(샘 락웰). 그러나 조조는 훈련과정에서 토끼를 죽이라는 지시를 수행하지 못하고 수류탄 투척훈련에서 얼굴에 부상을 입고 집으로 쫓겨 간다.

이런 조조의 유일한 낙은 자기에게 계속해 담배를 권하는 상상의 친구 히틀러와 대화를 나누는 것. 조조는 그래서 유대인을 뿔 달린 괴물로 안다. 조조와 히틀러가 만나 나누는 대화가 한편으론 우습고 재미있다가도 중복되는 감이 있어 다소 물린다.

어느 날 조조는 자기 집안 벽 뒤에 숨어있는 유대인 소녀 엘자(토마신 맥켄지)를 발견하고 충격과 함께 분개한다. 엘자는 반 나치 운동가인 로지가 숨겨 놓은 것. 처음에 조조는 엘자를 죽이겠다고 칼까지 집어드나 엘자와의 만남이 계속되고 소녀로부터 유대인들과 인간애에 관해 얘기를 들으면서 서서히 나치소년으로부터 새 사람으로 변화한다.

이와 함께 조조는 엘자의 용기에 격려를 받고 나치에 대어드는 용감한 소년이 된다.
전쟁이 끝나고 새 사람이 된 조조는 엘자와 함께 새 삶의 길로 나선다. 시가전 도중에 조조를 만난 총을 든 요르키가 조조에게 “지금은 나치가 되기엔 아주 안 좋은 때야”라고 하는 말이 웃긴다.

히틀러를 비롯해 나치들은 대부분 우스꽝스럽게 묘사됐는데 와이티티와 락웰을 비롯해 역시 나치로 나오는 뚱뚱한 레벨 윌슨 등이 다 연기를 잘 한다. 그러나 가장 뛰어난 것은 조조 역의 그리핀 데이비스다. 천재적이다.

PG-13 등급. Fox Searchlight. 일부지역.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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