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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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아르헨티나에서 ②

2019-10-14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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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행의 시작은 메르세데스 소사(Mercedes Sosa)의 CD를 현장에서 구입하는 것. 가격은 4달러 50센트. 만약 작년에 왔었다면 (가격이 그대로라면) 나는 7달러를 냈을 것이다. 재작년에는 16달러. 어떻게 이렇게 같은 CD에 돈이 다를까? 환율 때문이다. 2년 전, 1달러에 17페소 하던 환율이 지금은 거의 60페소까지 뛰었다. 이곳 어느 한인이 보여준 카톡 단체방을 보니, 달러 사고파는 얘기가 많았다. 환율은 이미 개인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느 나라든지, 환율은 더 이상 무역업자나 은행들만 신경 써야 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만약 오늘 환율이 1달러에 1,200원. 12월에 1,500원으로 올랐다고 치자. 환율은 돈의 교환비율(exchange rate)이다. 한국 돈의 가치가 25% 떨어져도 그렇게 되고, 미국 돈의 가치가 25% 올라가도 그렇게 된다. 한국은 그대로인데, 미국 인기가 올라가도 그런 일이 생기고, 그 반대도 가능하다. 그렇게 환율은 지극히 상대적이고 때로는 정치적이다.

돈은 신뢰(trust)를 기반으로 한다. 환율은 그 나라 돈의 대외가치이고 그래서 그 나라의 자존심이다. 한국 돈의 가치는 한국 경제의 종합판이다. IMF때 800원 하던 환율이 거의 2,000원까지 올랐었다. 환율이 그렇게 올라갔다는 말은, 즉 한국 돈의 가치가 3배 가까이 떨어졌다는 말은, 그만큼 세상 사람들이 그 당시에 한국 경제의 앞날을 어둡게 봤다는 뜻이 된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미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 이민자들은 사실은 매일 달러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다.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은 그냥 돈이 아니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큰 맘 먹어야 투자할 수 있는, 그래서 우리는 달러를 투자의 한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 달러를 철저하게 투자수단으로 봤을 때 ‘이 돈을 어떻게 하지?’ 하는, 돈 되는 질문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지갑 속의 달러를 쓴다는 것은, 내 투자자금의 원금을 까먹는다는 뜻이다.


계속 환율 생각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있다. 지금 내가 1달러를 한국에 보내서 1,200원짜리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 샀다고 치자. 연말에 25% 올라간 1,500원에 팔았다. 너무 기뻤다. 그런데 그 돈을 미국으로 다시 송금 받았더니 그대로 1달러다. 왜냐하면 그 사이에 환율이 1,200원에서 1,500으로 올랐기 때문. 환율 때문에 나는 석 달 동안 헛짓을 했다.

결국 따지고 보면, 경제의 99%는 환율이다. 선행적으로 환율의 변동을 잘 예측하고, 그에 맞춰서 투자계획을 짜는 것. 적어도 앞으로 2년은 그런 지혜가 확실히 더 필요한 때다. 환율에 대해서 생각 좀 더 하면서 살자.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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