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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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탄핵 갈등에 교계도 양분

2019-10-11 (금)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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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지지 지도자, 사회 정의 기초한 기독교 운동 전개

▶ 그레이엄 목사, 탄핵반대 8개도시 대규모 순회집회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갈등에 교계도 양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연방하원의 탄핵 조사를 놓고 교계도 찬반으로 나뉘며 묘한 대립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민주당 주도 탄핵 조사를 비난하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피켓 시위.[AP]

양쪽진영 주장 뚜렷… “국민분열 막자” 의견은 일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민주당 주도의 탄핵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를 두고 미국의 교계도 마치 홍해가 둘로 갈라지듯 양분되고 있다. 양쪽 진영 모두 각자 나름의 명분을 앞세워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서로 다른 기도 제목을 놓고 뜨거운 기도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과연 하나님은 어느 쪽의 기도를 들어주실까?

탄핵 조사 지지 국가 기도의 날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 90여명은 이달 13일을 긴급 국가 기도의 날로 선포하고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진실이 규명되도록 국민들의 기도와 더불어 탄핵 조사 지지를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 아들에 대한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는 외압 행사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상태다. 이에 민주당 주도로 연방하원은 지난달 24일 탄핵 조사 개시를 전격 발표했고 하원 6개 상임위가 탄핵 소추 여부 결정을 위한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긴급 국가 기도의 날을 요청한 기독교인들의 중심에는 사회 정의에 기초한 기독교 운동을 전개하는 대표 단체인 ‘레드 레터 크리스천(Red Letter Christians)’이 있다. 이외에도 가톨릭 사회정의 네트웍 로비, 프리덤 로드, 성공회 주교 등도 합류한 상태다.

이들은 미국의 대통령은 물론 연방의회 의원들을 위한 국민들의 기도를 함께 요청하면서 의원들을 관할 지역구 교회로 초청해 함께 예배드리고 기도하길 권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의혹을 해결하고 진실을 밝혀낼 탄핵 조사에 대한 의원들의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 내려는 목적도 담겨 있다.

탄핵 조사 지지 이유에 대해 이들은 국가적 진실 규명과 사회 취약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탄핵 조사 지지는 결코 정당 경쟁이 아니고 도덕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기독교인이라면 모든 미국인들의 진실된 삶을 위해 반드시 쟁취해야 하는 사안임을 강조했다.

탄핵 반대 순회기도 집회
미국 교계에서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유명한 프랭크 그레이엄 목사는 탄핵 반대를 외치며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의 8개 도시에서 대규모 순회 집회를 하고 있다. 2020년에 치러질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디시전 아메리카(Decision America)’란 이름으로 열리는 집회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대거 참석해 탄핵 저지를 외치며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밤낮으로 기도하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에도 50개주에서 순회 집회를 열었던 그레이엄 목사는 언론의 가짜 뉴스와 거짓말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 당해 쫓겨난다면 미국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레이엄 목사와 노선을 같이 하는 댈러스제일침례교회의 로버트 제프리스 목사도 연방하원이 탄핵을 결의하면 급기야 내란까지도 벌어질 수 있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탄핵을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을 우상에게 기도하는 이교도의 무리로 치부했다.

그레이엄 목사는 2016년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하고 트럼프 선거 캠프가 공모한 의혹을 조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가 나올 당시에도 국민들에게 국가를 위한 기도를 당부했었다.

하나님은 누구 편?
양쪽 진영 모두 탄핵 지지와 반대를 주장하는 나름의 뚜렷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탄핵 조사나 탄핵 소추 결의 자체만 두고 볼 때에는 양측이 극과 극의 반대 입장인 반면 국가와 국민 분열을 막고 하나가 되자는 점에서 만큼은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2016년 대선 이후 적나라하게 갈라진 국가적 분열 사태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희망과 믿음을 되찾으면서 국가와 국민이 치유 받는 날이 속히 오길 기원하는 마음만큼은 간절하다. 어느 진영의 기도가 하나님에게 더 흡족한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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