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는 가수다’에 감사하는 이유

2019-09-27 (금) 12:44:50 채영은 샌프란시스코
크게 작게
고국을 떠나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 가정이라면 자녀교육에 관해서 백이면 백 공통된 바람이 있다. 바로 완벽한 이중언어의 구사이다. 영어로 진행되는 모든 교육과정과 사회생활을 잘 소화해 내면서 그와 함께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이의 한국어가 어눌하거나 어색할 때면 겉으로야 내색 안하지만 속으로는 불안해지고, 한국 정서를 가진 부모와 가족들 간에 좀 더 깊은 소통을 하고 싶다는 마음 또한 간절해진다. 한국 사람임을 심어주기 위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도 아이의 성향이나 여건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다.

우리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 때는 다른 나라에서 토요 한국학교를 열심히 보냈었다. 받아쓰기 시험 준비로 금요일 밤마다 힘들어했고 바둑판 공책에 반복 쓰기 숙제를 지겨워했다. 미국에 와서도 토요 한국학교를 다시 시도했으나 이제는 완강히 거부하는 아이를 억지로 보낼 수는 없었다. 아이는 왜 한국어를 해야 하냐고까지 반문하며 불만에 가득 찼다. 아마 한국어 습득이 또 다른 부담으로 아이를 눌러왔던 것 같다. 그 마음을 자연스레 풀어준 계기를 어느 날 TV에서 만났다.


2011년 시작한 ‘나는 가수다’를 우연히 보게 된 아이는 김범수, 박정현, YB의 노래에 푹 빠져들었고, 그들의 히트곡들은 물론 그들이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다른 가수들의 예전 노래들까지 열심히 듣고 따라 부르게 되었다.

차 안에서 이어폰을 끼고 자기 듣고픈 팝송만 따로 듣던 아이는 어느새 엄마아빠와 한마음이 되어 한국 가요들을 큰소리로 따라 불렀다. 내 아이가 과거 내가 알았던 노래들을 함께 좋아하고 변성기 이전의 고운 미성으로 불러줄 때엔 앞으로 받을 효도를 다 당겨서 받은 듯한 신기한 기분이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나 “사랑함에 세심했던 나의 마음이 그렇게도 그대에게 구속이었소” 등을 따라 부르던, 솜털 보송보송한 중학생 아이의 진지한 표정이란! 사춘기 소년의 말랑말랑한 음악적 감성을 만져주고 한국어로 된 가사와 선율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다.

이후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으로 팬심이 이어지며 음악을 통한 한국 노래 사랑은 계속되었다. 여러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고 연주하며 자라난 아이는 영어, 한국어 외에도 전 세계 공통의 언어인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만났노라고 얘기해주어 한 번 더 감사하게 된다.

<채영은 샌프란시스코>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