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콜·약물 중독…‘신실한 신앙이 약’

2019-09-25 (수)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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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독 치료 프로그램 73%가 종교적 신앙심에 기반

▶ 신앙심 가진 청소년 경우 음주 3배↓·마약 위험 4배↓

약물 중독 치료 및 예방과 치료에 신앙심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종교나 신앙심이 약물 남용 및 중독자 치료와 예방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알콜 및 약물 중독과 신앙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중독 치료는 종교 기반이 대세

‘종교와 보건 저널(Journal of Religion and Health)’에 최근 실린 이 연구조사는 종교적 신앙심에 기초한 중독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과 이를 운영하는 신앙 공동체가 실제로 알콜 중독이나 약물 남용 환자들의 회복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룬 것이다. 조사를 실시한 곳은 종교 및 영성 가치 향상 활동을 하는 비영리 기관 ‘페이스 카운츠(Faith Counts)’다.


연구보고서는 미국내 중독 치료 프로그램의 73%가 종교적 신앙심에 기반을 둔 내용으로 구성돼 있으며 ‘틴 챌린지(Teen Challenge)’ ‘AA(Alcoholics Anonymous)’ ‘셀러브레이트 리커버리(Celebrate Recovery)’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전국적으로는 교회를 포함해 다양한 종교의 신앙 공동체 약 13만개가 크고 작은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결과가 종교와 사회 문제는 별개라는 미국인들의 생각을 뒤집었다며 오늘날 가장 큰 미국의 사회적 문제인 중독 치료와 예방의 해답을 종교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갤럽의 최근 조사에서 오늘날 미국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답이 종교라고 답한 비율은 46%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연평균 약 2,000만명이 술이나 마약 및 약물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따른 사망자도 매년 15만8,000여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예방 치료도 종교가 특효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회복 치료뿐만 아니라 중독을 예방하는 데에도 종교와 신앙심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마약이나 약물 중독에 빠지기 쉬운 청소년과 젊은 세대도 신앙심을 지닌 경우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술을 마실 위험은 3배, 불법 마약을 투약할 위험은 4배나 더 낮았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 시기에는 또래를 따라 단체 행동을 하면서 해로운 습관에 빠져들기 쉬운데 종교적으로 신앙이 있거나 영적인 성향을 품고 있으면 나쁜 길로 접어들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는 것.

예방 단계는 물론이고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도 신앙심의 유무가 중독에서 해방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도 분석했다. 실제로 종교적인 면에 기반을 둔 치료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회복해 가는 과정에서 영적인 각성을 경험한 약물 중독자의 82%는 1년 후 완벽하게 중독에서 벗어났지만 영적 각성을 경험하지 못한 중독자들 가운데 중독에서 해방된 비율은 55%로 낮아 격차가 컸다.


국가 보건예산 절약에도 큰 힘

연구보고서는 종교 시설 등에서 제공하는 중독 치료와 예방 프로그램이 미국에 연간 3,166억 달러의 국가 보건예산 절감 효과를 안겨주고 있고 연간 2만명의 생명을 살리는 셈이라고 밝혔다.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의학적인 도움도 물론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종교 기관들이 신앙심을 토대로 전방위적으로 중독자들을 보살펴주는 것이 장기적인 회복에 필요한 환경 조성에 큰 몫을 차지한다고 풀이했다.

또한 국가적으로도 종교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엄청나지만 대부분 종교 기반의 중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력이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다 보니 이들의 수고와 노력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지적했다.

종교가 해독제다

연구팀은 갈수록 교회를 떠나거나 무종교자로 전락하는 미국인이 늘고 있다며 신앙인이 줄어들수록 약물 중독자들의 미래와 이들의 건강에는 큰 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앙인 감소는 종교계에서만 걱정할 미래가 아니라 미국인의 보건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사회적,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인의 영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18~25세 젊은이 가운데 6명 중 1명꼴로 다양한 형태의 약물 남용을 겪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이처럼 심각한 중독에는 ‘종교가 해독제’라고 단언했다. 더불어 신앙인이 감소하고 종교 기반의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보건관리제도가 떠안게 될 부담만 커질 뿐이라고 경고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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