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
매년 8월에는 브리티시 오픈과 스코티시 오픈, 그리고 에비앙 매스터즈 대회가 열린다. 이 들 시합을 가려면 매번 최종적으로 도착해야 하는 공항을 가기 위해서 런던 히드로 공항을 거치는 항공편이 많고 경로도 수월하다.
전 세계로 시합을 다니다 보면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공항이 몇 군데 있는데, 런던 히드로 공항이 그중 단연 1순위다. 복잡하기도 복잡하지만, 짐 분실이 가장 많은 공항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기사에서 본적이 있다. 비행기에서 짐을 옮기고 싣는 일을 하는 공항 직원이 가끔씩 재미삼아 다른 비행기에 짐을 싣기도 했다고. 그런 장난을 치다니 어떤 사람에게는 인생이 달려있을 여행 일수도 있을 텐데! 이 기사를 보고 보통 분노한 것이 아니다.
나의 경험으로는 처음으로 골프채와 옷이 늦게 도착했던 것이 14살 때 국가를 대표해서 나간 브리티시 주니어 오픈이었다. 선수들의 짐이 오지 않아서 나는 처음 경험하는 링크스 코스에서 연습 라운드도 해보지 못하고 옷도 없이 숙소에서 짐만 기다리다 시합에 나가야 했다. 다행히 골프클럽은 시합 전에 도착했지만 옷이 도착하지 않아 추운 날씨에 덜덜 떨면서 시합을 했던 기억이 있다.
아! 그때 기억에, 뒷바람이 불었을 때 550야드 파5 에서 8번 아이언으로 두 번 만에 온을 시켰던 장면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한국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바람이었기 때문에 신기했었다. 그 기억을 시작으로 링크스 코스 징크스가 생긴 듯 링크스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보지 못했다.
프로가 되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히드로 공항을 거쳐 가야 할 때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짐이 비행기에서 내려지는지 창문을 통해 보고 있기도 하고, 될 수 있다면 여유를 두고 다음 비행기를 예약하기도 했다.
유럽에 시합을 가면 시합을 나오면 144명의 선수 중 꼭 몇 명은 짐이 오지 않아서 애를 태운다. 시합을 앞두고 다른 선수들은 연습하며 준비를 하는데 짐만 기다려야 하는 선수들의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선수들은 연습 라운드를 통해서 아주 많은 코스의 정보를 얻는다. 이미 아는 코스라고 하더라도 매년 습도, 온도, 잔디 상태 등 컨디션이 다르다. 벤 호건이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내가 하루 연습하지 않으면 그것을 내 자신이 알고, 이틀 연습 하지 않으면 갤러리들이 알며, 3일 연습하지 않으면 온 세상이 안다.”
많은 경우에 시합 전에 짐이 도착을 한다. 그렇다 해도 유럽까지 가서 시합을 하는데 연습을 며칠 못했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가 아주 힘들다. 아마추어들은 우연히 그럴 수 있겠지만 프로 세계는 다르다. 어쩌다 좋은 성적을 냈다 하더라도 그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을 그 성적 밖에 내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시합 전에 짐이 도착하지 못한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땐 시합장에 나와 있는 투어 랩이 새 클럽을 급히 구해주고, 새 가방을 들고 프로샵 에서 옷을 사 입고 시합에 나간다. 그렇게 해서 좋은 성적을 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겉으로 보기엔 골프만 잘 치면 될 것 같지만, 예기치 않은 갑작스러운 상황과도 싸워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어떤 상황이 생겨도 시합은 나가고 성적은 공개되고 그 성적도 나의 경력에 들어간다. 결과만이 중요하고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것이 골프이니까..
이일희 프로는…LPGA 투어프로(바하마 클래식 우승)
아로마 골프 아카데미 레슨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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