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솔향 맡으며 타박타박…발끝에 가을이 살포시

2019-09-06 (금) 글·사진(울진)=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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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송 군락지’ 경북 울진

▶ 고즈넉한 솔숲 사이 가을정취, 숙박 가능 ‘금강송 에코리움’ 선 요가·명상 등 다양한 체험도

솔향 맡으며 타박타박…발끝에 가을이 살포시

울진 금강송 에코리움의 솔숲. 죽죽 뻗은 소나무들이 밀집한 숲속을 거닐며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솔향 맡으며 타박타박…발끝에 가을이 살포시

‘금강송 에코리움’ 전경.


솔향 맡으며 타박타박…발끝에 가을이 살포시

잠을 자는 수련동은 인테리어에 소나무를 사용해서 방 안에 솔향기가 넘쳐 났다.



“덕구온천은 가을이 관광 비수기예요. 겨울은 본격적인 온천 시즌이고 봄에도 관광객들이 많은데 가을에는 사람들이 뜸해요. 울진은 가을에 단풍 행락객들이 많지 않아요. 아시잖아요? 울진이 소나무 중에서도 그 유명한 금강송 군락지라는 걸요. 그래서 단풍이 드는 활엽수가 적어요.”

본격적인 겨울 문턱으로 진입하던 지난해 12월 온천여행을 취재하기 위해 울진 덕구에 출장을 갔다가 들은 이야기다. 울진을 여러 번 방문해서 소광리 소나무숲을 걸어보기도 하고 취재도 했었다. 그래서 울진 금강송이 유명하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단풍을 압도할 정도로 소나무숲이 군락을 이뤘는지까지는 유심히 살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울진군의 명물 소나무를 취재하기 위해 일부러 짬을 내서 ‘금강송 에코리움’을 찾았다.


여행 취재를 가면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울진군에 해설사 섭외를 위해 전화를 했더니 담당 공무원인 이현원 산림녹지과 주무관이 “직접 나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만나자는 장소가 울진군 금강송면 ‘금강송 에코리움’이라는 시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발하기 전 내비게이션을 찍어보니 덕구온천 지역에서 무려 한 시간 거리의 소광리 근처였다.

차는 굽이굽이 계곡을 따라 솔숲 사이로 난 도로를 타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적막한 숲속에 덩그러니 조성된 금강송 에코리움은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시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제대로 지어진 건물이었다.

울진군이 지역 특산인 금강송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은 소나무야말로 우리 민족의 5,000년 역사를 관통하며 백성들과 함께해온 수종(樹種)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조상들이 울진에 자생하는 금강소나무를 ‘울진 금강송’, 봉화군에 자생하는 금강소나무를 ‘춘양목’이라고 불렀고 나무 속(黃腸·황장)이 갈색으로 재질이 단단한 소나무를 ‘황장목(黃腸木)’이라고 부르며 관리에 힘쓴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주무관은 “우리 민족의 이 같은 소나무 사랑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갤럽이 지난 2014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46%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를 꼽았다”고 말했다. 이는 2위를 차지한 은행나무의 8%보다 무려 6배나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우리 민족의 소나무 사랑은 사료에도 나타난다. 1788년(정조 12년) 조정이 제정한 소나무 보호 규정인 ‘제도송금사목(諸道松禁事目)’에 따르면 ‘△소나무는 전함을 만드는 재료가 되니 국방을 위한 자원이다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서울로 운반하는 데는 많은 배가 필요한데 이 배 또한 소나무로 만든다 △위로 궁궐을 짓고 아래로 백성들의 집을 짓는 재료도 소나무다 △소나무는 일상의 각종 생활자원이 됨은 물론이고 죽은 자의 관을 만드는 목재가 되는 등 쓰임새가 지대하므로 그 필요성이 지엄하다’고 기록돼 있다.

이 같은 증거는 아직 울진에 남아 있는데 그 유명한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표석(蔚珍召光里黃腸封界標石)’이 그것이다. 표석에 각인된 내용은 ‘황장목의 봉계 지역을 생달현(生達峴), 안일왕산(安一王山), 대리(大里), 당성(堂城) 네 지역으로 하고 이 지역을 명길(命吉)이라는 산지기로 하여금 관리하게 했다’는 내용이다. 황장봉계표석은 울진에서 봉화로 가는 국도 36호선에 위치한 장천교에서 5㎞ 정도 들어간 소광리 도로변 대광천 계곡 옆에 새겨져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울진을 여행하게 된다면 호텔이나 여관 같은 읍내의 숙박시설보다는 금강송 에코리움에서 묵어가기를 권한다.

단순한 숙박시설에 머물지 않고 금강송의 품에 안겨 힐링을 할 수 있는 금강송 에코리움에는 소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콘텐츠와 체험거리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이 주무관은 “체험은 오후2시에 시작해서 다음날 오전11시까지 이어지는데 음주와 흡연은 물론 수련동에서 취사도 할 수 없고 (시설에서 질 높은 식사가 제공된다) 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속세와의 모든 인연이 단절되는 대신 요가와 명상, 금강송에 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잠을 자는 수련동은 인테리어에 소나무를 사용해서 방 안에 솔향기가 넘쳐 났다. 올해 7월부터 손님을 받고 있는 금강송 에코리움의 체험료는 1박에 10만원. 초등생 이하는 반값이며 단체 할인이 제공된다. 금강송면 소광리 293-3.

<글·사진(울진)=우현석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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