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00마리 양들’

2019-08-22 (목) 12:00:00 Naomi 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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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마리 양들’

홍선애 ‘코스믹 드림’

얼어붙은 들판
그들이 마실 물은 물탱크로 흘러가기나 하는 걸까?
그들은 서로 껴안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기는 하는걸까?
(올해는 양띠의 해라지?
학자들은 중국의 12궁도와
추종자, 리더에 관해 논쟁을 한다)

아, 저들을 따스한 곳으로 데려가 줘,
작은 것들은 좀 큰 녀석들의 품으로 가까이 가게 해줘
관목숲 쪽으로 좀 이끌어가 달라고,
낮은 숲이 바람을 좀 막아 주게
또 하루 혹한의 밤이 오고 있어-

걱정되지 않아? 나는 내 친구에게 묻는다
먼 곳, 오조나라는 도시에서 가까운
양의 목장 근처에 혼자 사는 그녀에게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아냐 괜찮아,
그 애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고 있어. 양들이잖아.”

Naomi Nye ‘300마리 양들’ 전문
임혜신 옮김

포이트리 싸이트에서 이 시인이 직접 시를 낭독하는 것을 듣는 순간 나의 영혼이 흔들렸었다. 어떻게 이처럼 짧고 평이한 언어로 리더와 추종의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 얼어붙은 양목장과, 동양의 별자리와, 띠를 말하는 동물들의 이름과, 목장에 혼자 사는 여인이 내 영혼 속에서 폭설처럼 고요히 흔들렸었다. 겨울날의 양들에게 혹은 흔들리는 우리에게 리더가 필요한가? 물길을 만들어주고 따스한 곳으로 안내할 리더가? 아마도 그렇겠지. 그러나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양이며 민중이며 시민이며 개인인 존재들은 이미 어떻게 살아야 되는 지 알고 있지 않은가? 리더와 추종자, 갈 길과 가지 않아야 할 길은 편의상 구분이 아닌가, 정치처럼, 경제 구조처럼, 법처럼. 그것 없이도 당신과 나라는 양은 이미 별들이 눈보라 치는 이 우주 속의 길에 능숙한 항해자가 아닌가. 우리에게 리더도, 책도, 양치기도, 구글 지도도 필요하지 않은 것 아닌가? 아마도 어쩌면 아마도. 임혜신<시인>

<Naomi N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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