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그리고 아주 짧게 한국에 다녀왔다. 개인적인 일도 있었지만, 어느 고객의 상속세 문제가 컸다. 이번에 느낀 것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조차 한국의 증여세와 상속세의 관계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 세금을 모르면 ‘세금 바가지‘를 쓰게 마련이다.
남편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온 노모가 장남에게 말했다. 지금도 가슴이 아프다. “우리 재산이 저 사람들의 1/1000도 안되는데, 왜 우리 세금이 더 많이 나온다는 거냐?” 그때 마침 TV에서는 어느 큰 회사의 상속세와 관련된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하물며 미국에 살고 있는 자녀들은 더 ‘깜깜이’다. 부모 재산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부모가 어떤 재산을 내 앞으로 돌려놓았는지도 모른다. 더욱이 한국에 있는 오빠나 형이 세금신고를 알아서(?) 한꺼번에 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같이 멀리 떠나있는 자녀들은 그동안 부모님 못 보살펴드린 죗값을 그렇게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비 오는 밤에 실눈만 뜨고 운전할 수는 없다.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아무리 유능한 회계사도 대리 기사가 될 수 없다. 옆 자리에서 방향과 stop and go를 알려주는 것이 전부다. 결국 운전은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 ‘세금 바가지’ 안 쓰려면 나 자신이 세금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몇 번에 걸쳐서 한국의 증여세와 상속세에 대해서 시리즈로 칼럼을 쓸 예정이다. 내 입장에서는 매주 새로운 주제를 찾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우선 기쁘다. 나아가 내 칼럼을 통해서 얻은 세금 지식이 형제들 간의 ‘국제 패싸움’을 미리 막을 수 있다면 더욱 기쁜 일이 아닐까? 많은 경우에 무지가 오해를 불러오고, 거기에 사기꾼 전문가들이 붙을 때 그것은 ‘루저’뿐인 전쟁이 된다.
더 깊은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몇 가지 용어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 죽기 전에 주면 증여(gift tax), 죽은 뒤에 주면 상속(estate tax)이다. 어차피 부모 재산이 자녀에게 전부 간다면, 그것은 시점만 다를 뿐 증여든 상속이든 둘 중 하나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증여세법과 상속세법이 따로 있지 않고, 묶어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법전 하나로 되어 있다.
앞으로 계속 이런 말들이 나올 텐데, 피상속인은 사망자, 상속인은 상속 받는 자를 뜻한다. 증여자는 증여를 한 자이고 수증자는 증여를 받은 자이다. 대부분 피상속인과 증여자는 부모이고, 상속인과 수증자는 자녀가 된다. 사실은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구분이 가장 중요한데, 이것은 앞으로 천천히 얘기 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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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