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뜨거운 여름이 한창이다. 해마다 더운 여름철에 더위로 인한 온열질환(heat-related illness)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진다. 그 중 75%는 일사병(heat exhaustion; 열사병의 전 단계)의 진단을 받고, 5%가 열사병(heat stroke)으로 특히 운동선수들이나 군인, 또는 야외에서 장시간 근무하는 분들이 가장 큰 위험군에 있다. 또 다른 위험 요소들로는 환자의 연령대, 심혈관 질환 여부, 특정 약물의 복용 여부 등이 있다. 온열질환의 초기 증상을 발견하고 재빨리 처치를 한다면 심각한 증상으로 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증상을 잘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온열 질환이 발생하는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 몸에 더위가 느껴지면 체온이 올라가면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이것은 우리 몸이 더위와 싸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피부 밖으로 배출된 땀이 흐르면서 공기중으로 증발되면서 체온을 빼앗아 온도가 내려가게 한다. 그리하여 심부 체온(core temperature)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메카니즘이다. 날씨가 더울수록 땀을 더 많이 흘려서 우리 몸이 일시적으로 고온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 몸이 땀을 흘리는 것만으로 체내 열을 재빨리 배출시키지 못하면 고열장애(heat disorder)가 생길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심한 운동을 오랫동안 한다거나 두꺼운 옷이나 모자를 쓴 채 야외에서 근무하는 유틸리티 노동자 같은 경우에 우리 몸에 열기가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발생하여 위험해질 수 있다. 한편 심하지 않은 열기라도 우리 몸에서 재빨리 식혀주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평상시 물을 많이 마시지 않은 경우, 많은 양의 땀을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생긴 열기를 즉각 식혀주지 못한다. 한편 우리 몸에 열기가 생기면 혈액이 뜨거워지면서 혈액을 통해 열을 피부쪽으로 보내 식혀주는 기전이 발생하지만, 만약 체내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피부로 혈액이 충분히 가지 못해 열기를 재빨리 내보내기 힘들어진다. 또한 물을 충분히 마시지 않았을 때 저혈압이 생길 수 있어서 더위와 관련된 증상이 더욱 쉽게 올 수 있다. 심혈관 질환, 혈압약을 복용중인 환자들, 아토피 같은 피부병을 가진 환자들은 더위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더위로 인한 온열 질환의 경우 증상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한다. 가장 가벼운 1단계에서는 더운 날씨에 팔, 다리, 발쪽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두고 차가운 타올로 찜질을 해주도록 한다. 다음은 근육통증으로, 야외에서 오래 일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주로 복부, 허벅지, 종아리 쪽에 발생하는 근육통증이 점차 심해지게 된다. 이 경우에는 물을 충분히 마시고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하면 좋아진다. 그리고 더위로 인해 피부 발진이 발생할 수 있는데, 다량의 땀 배출과 열기로 인해 피부 모공들에 염증이 생겨 나타나는 것이다. 옷으로 가려져 땀이 잘 배출되지 못한 피부에 생기기 쉽다. 즉시 옷을 벗기고 땀을 식혀 얼음팩이나 냉타월로 찜질을 해주는데 절대 연고나 크림을 사용해 모공을 막아서는 안된다.
온열질환 2단계는 앞서 언급한 일사병을 말한다. 갈증, 두통, 피로감, 구토, 설사, 그리고 심박수가 100이상 증가하고, 휘청휘청 걷게 되는 운동실조증(ataxia), 피부가 차갑고 축축한 증상 등이 나타난다. 보통 피부가 차가워지면 더위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우므로 주의하여 살펴봐야 한다. 항문으로 잰 심부체온이 화씨 101-104도(섭씨 38.3-40도)인 경우, 즉시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눕혀서 두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옷을 벗기며 미지근한 물을 마시게 한다. 찬물을 마시면 식도 혈관에서 경련이 생길 수 있어 심혈관 환자들은 특히 위험할 수가 있다.
마지막 3단계는 열사병이다. 정신이 혼미하여 헛소리를 하고 의식불명이거나 발작 또는 극심한 저혈압, 저혈당 증세, 가쁜 호흡, 피부를 만졌을 때 따뜻한 증상이다. 체온은 화씨105도(섭씨40.5도) 이상인 경우인데 이렇게 고열의 열사병이 발생하면 우리 몸의 장기 중 뇌와 간이 가장 위험해진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30분 안에 즉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도록 고개를 젖혀서 기도를 확보한다.
체온을 재빨리 낮추기 위해 얼음물에 환자 몸을 담궈야 하는데 심혈관 질환 환자들의 경우 가급적 심장에서 먼 부위부터 얼음물에 천천히 담그도록 한다. 그리고 가장 먼저 911을 불러야 한다. 열사병 환자의 경우 물을 마실 수 없기 때문에 즉시 수액을 주사해야 하는데 30분 안에 이러한 처치를 하지 못하면 사망률이 80%나 올라가게 된다.
더운 여름, 최대한 옷차림은 시원하고 가볍게 그리고 밝은 색으로 하고 야외활동은 가급적 삼가도록 한다. 가벼운 실내 운동을 하며 매 30-40분마다 물을 마시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칼럼에서 다룬 온열질환의 단계별 증상과 처치법을 숙지하여 위험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었으면 한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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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