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한국 아파트를 팔면
2019-08-05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세금 더 내고 싶어서 안달인 사람은 없다. 나부터도 그렇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내가 가끔 받는 전화 - ‘한국 아파트 판 것을 IRS가 모를 텐데... 그걸 꼭 보고해야 하나요?’ 이런 염치없고 순진한 질문도 이상하지 않다. 미국 소득도 숨기는 판에, 하물며 먼 나라 것을 숨기고 싶은 마음. 그것은 한번쯤 품어볼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유혹이다. 이기적인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다.
원칙적으로, 미국 거주자의 한국 아파트 처분과 관련해서는 딱 4개만 알면 된다. ①한국에서 미국 세법상 양도 거래가 생겼으면, 반드시 미국 세금신고에 반영해야 한다. ②이것은 그 돈을 미국으로 송금했는지, 그리고 한국에 양도소득세 신고를 했는지 여부와 무관하다. ③더욱이, 이민 오기 전에 있었던 집인데, 또는 내 집값 올라가는데 미국이 해준 것이 뭐 있냐고 따져봤자 입만 아프다. ④마지막으로, 비록 한국 양도소득이 같아도 미국에 내는 세금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100 사람이면 세금 액수도 100개쯤 다르게 나온다. 이 중에서, 오늘은 네 번째만 예를 들어서 살펴보기로 하자. 놀부 부부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한국 아파트를 팔아서 30만 달러의 양도소득이 생겼다. 그래서 9만 달러의 양도소득세를 한국에 냈다. 똑같은 상황이 흥부 부부에게도 벌어졌다고 치자. 다만, 놀부는 미국 급여(W-2 income)가 20만 달러, 그러나 흥부는 미국 소득이 하나도 없다는 것만 다를 뿐.
자, 여기서 문제. 그렇다면 미국에 내는 추가 세금(이하 모두 연방 소득세)도 둘이 같을까? 언뜻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번 돈도 같고, 한국에 낸 세금도 같으니 당연히 미국 세금도 같을 것 같다. 그러나 결론을 말하자면, 절대로 같지 않다. 미국 소득이 없는, 한국 양도소득 30만 달러뿐인 흥부는 세금을 하나도 안낸다. 한국에 낸 9만 달러로 충분히 ‘퉁’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소득이 20만 달러인 놀부는 똑같은 한국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9% 추가로 내야한다. 30만 달러의 9%이니, 금액으로는 거의 3만 달러다. 다시 정리해보자. 한국에서 똑같은 양도소득이 생겼다. 한 사람은 미국에 소득이 전혀 없고, 다른 사람은 미국에 소득이 있다.
미국내 소득이 없는 사람은 미국에 세금을 하나도 안 낸다. 그러나 미국내 소득이 있는 사람은 3만 달러를 낸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 한국 아파트 팔아서 얼마 남았다는 것만 갖고는 정확한 미국 세금을 모른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한국에서 집 팔 때는 한국만 생각하지 말고, 미국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 세금이든 미국 세금이든, 결국은 같은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한국 아파트 팔기 전에 미국 세금이 어떻게 되는지 꼭 생각해보자.
<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