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쇠고기를 사용하는 햄버거의 핵심 재료인 패티는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뒀다가 다양한 음식에 활용할 수 있다.
마파두부를 만들 때 패티를 더해 나무 주걱으로 부숴가며 넣으면 간편하다.
패티는 의외로 만둣국에 넣거나 떡국의 고명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동물의 고기에는 일정 수준의 끈기가 있는 단백질이 있어 덩어리를 갈면 금세 둥글게 모양을 잡을 수 있다.
햄버거 패티의 무게는 60g 안팎으로 얇고 가볍게 만드는 게 두루 쓰기 좋다.
패티를 얇고 가볍게 만들어야 속까지 고루 익히기 쉽다.
햄버거. 공장식 사육과 가공으로 만드는 패스트푸드이자 외식의 대명사이다. 그런 음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자니 설득력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요령을 익히면 의외로 편하다. 괜히 패스트푸드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게 아니라서 만들기 간단하면서도 빵, 즉 탄수화물 사이에 고기를 끼웠으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따라서 적은 노력으로 끼니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세상도 많이 바뀌었으니 소위 수제 버거의 물결이 주류로 자리 잡은 지도 길게는 10년, 짧게는 5년은 넘었다. 수제 버거는 패스트푸드와는 이름과 문법만 나눌 뿐, 다른 음식에 가까울 정도로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고기를 직접 갈아서 패티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아예 소를 통째로 들여다가 자체 숙성을 거친 뒤 서로 다른 부위를 블렌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집에서 이런 수준의 수제 버거까지 만들어 먹자는 말은 아니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을 수 있는 ‘집 햄버거’의 요령을 살펴보자. 사실은 별 게 없고 단 하나의 요소만 업그레이드 시켜 주면 된다. 햄버거의 핵심인 고기 말이다. 어디에서나 간 쇠고기를 살 수 있지만 햄버거에 어울리는 걸 찾기는 쉽지 않다. 사실 간 고기는 자투리나 덩이로 먹기 어려운 부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풍부한데, 우리가 살 수 있는 간 쇠고기는 대체로 지방 함유량이 높지 않고 알갱이도 잘다. 이런 고기로 패티를 만들면 푸석하고 맛이 없다.
패티는 목심과 갈빗살이 제격 정육점은 고기를 무엇으로 갈아서 팔까? 당연히 고기 갈이를 쓴다. 덩어리 고기를 원통 안에서 회전시키는 가운데 날로 갈아 일정한 크기와 간격으로 구멍이 난 틀(다이스)로 내보내 균일한 입자로 만드는 기계로, 흔히 ‘민서(mincer)기’라 불린다. 정육점에서 간 고기를 판다면 결국 덩어리도 갈아 줄 수 있다는 방증이니 원하는 부위를 골라 갈아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어떤 부위가 햄버거에 최선일까? 두 가지 조건을 갖춘 부위이다. 일단 지방을 일정 수준 갖춰야 한다. 햄버거라면 살코기와 비계, 즉 지방의 비율이 8:2 안팎일 때 구워도 촉촉하고 맛도 있다. 기름진 걸 싫어해 피한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지방이 맛의 매개체이므로 적을수록 맛이 떨어진다. 게다가 믿었던 것과 달리 지방은 체중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뿐더러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가 유행이듯 음식의 만족감에 중요하다. 따라서 지방을 놓고 너무 노심초사하지 말자.
한편 쇠고기 특유의 맛이 진하게 나도록 운동을 많이 한 부위가 좋다.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대표적인 부위가 목심과 갈빗살이다. 가치를 높이려고 ‘윗등심’이라 불리듯 목심은 목에서 등 사이의 부위로, 가격도 높지 않은 편이라 패티 1순위로 쓰인다. 한편 갈비는 우리에게 인기 부위인지라 햄버거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마트 등에서 종종 할인하는 찜용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정육점에서 갈아 줄 수 있는지, 가능하다면 파는 것보다 입자도 좀 더 굵게 갈아줄 수 있는지 확인한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을뿐더러 일단 햄버거를 위해 만들어 두면 의외로 폭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게 패티이다. 재료 또한 간 쇠고기 한 가지라 속 편하다. 흔히 ‘함박’이라 통하는 일본식 햄버거 패티는 고기를 아우르기 위해 계란을 일반적으로 쓰는데, 미국식은 ‘햄버거는 죽이 돼도 밥이 돼도 소고기다’라는 태도로 고기로만 만든다. 사실 동물의 고기에는 미오신이라는 단백질이 있어 일정 수준 끈기를 지니고 있을뿐더러, 덩어리를 갈면 한층 더 활기를 띠므로 조금만 북돋아, 즉 빚어 주면 금세 모양을 잡는다. 따라서 계란의 맛을 딱히 즐기는 게 아니라면 일부러 섞을 필요는 없다. 한편 미오신은 고기를 갈 때뿐 아니라 소금을 칠 경우에도 활기를 더 띠므로 자칫 잘못하면 패티가 딱딱해져 버린다. 따라서 소금을 간 고기에 직접 더해 버무리지 말고 일단 패티를 만들었다가 구울 때 조금 넉넉하다 싶게, 패티 표면의 소금 입자가 눈에 잘 뜨일 정도로 솔솔 뿌린다.
패티는 60g안팎으로, 빵보다 조금 크게 패스트푸드 햄버거 패티의 무게는 기본적으로 2온즈, 즉 56g 안팎인데, 수제 버거가 등장하면서 두툼하고 무거운 패티를 차별화 전력으로 내세웠다. 그래서 200g, 심지어는 450g(1파운드) 수준의 패티도 흔하다. 하지만 집에서 따라 해 보면 두툼하고 무거운 패티는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다. 일단 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뿐더러 속까지 잘 익히기가 어려운데, 이는 식품 안전과도 관련이 있다. 덩어리 고기를 갈면 표면의 박테리아가 전체에 섞여 버리므로 버거 패티는 웰던으로 익혀야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에게 안전할 수 있는데, 두껍고 무거운 패티라면 웰던으로 익히면 지나치게 푸석해져 맛이 떨어진다.
따라서 패티를 가볍고 얇게 만들면 염려를 놓을 수 있다. 일단 빨리 만들고 빨리 익힐 수 있으며, 웰던으로 익히더라도 두툼하고 무거운 패티와 달리 뻑뻑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고기를 많이 먹고 싶다면 그저 여러 장 구우면 된다. 그러니 얇고 가벼운 패티를 만들어 보자. 일단 냉장고에서 간 고기를 꺼낸다. 비계까지 같이 갈아 놓았으니 덩어리 고기보다 빨리 온도가 내려가고 더 끈적일 수 있으므로 만들기 직전에 냉장고에서 꺼낸다. 같은 원리에서 고기를 담는 대접이나 패티를 만들어 올려 놓을 쟁반(혹은 접시)도 미리 냉동실에 넣어 차갑게 두었다가 쓸 것을 권한다.
패티는 효율을 위해 두 단계를 거쳐 만든다. 일단 간 고기를 60g(기억하기 좋도록 패스트푸드의 표준이었던 56g에서 반올림했다) 달아 두 손바닥 사이에서 경단처럼 동그랗게 빚어 한데 모아둔다. 다 빚은 뒤에는 한 점씩 손바닥-오른손 잡이라면 왼손, 왼손잡이라면 오른손-에 올려 반대편 손가락으로 찬찬히 두들겨 납작하게 만든다. 이때 패티는 햄버거 빵보다 지름이 10%안팎으로 크게 만들어야 구우면서 지방과 수분을 잃더라도 크기가 맞는다. 빵의 둘레가 10㎝라면 패티는 11~12㎝로 빚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 같지만 빵과 패티의 크기가 맞지 않는 햄버거만큼 보기 싫고 구조적으로 불안한 음식이 없으니 조금만 신경을 쓰자.
남은 패티는 냉동 보관해 두루 활용 패티를 많이 만든다면 전부 상온에 두지 말고, 열 개씩 끊어 접시나 쟁반에 담아 나머지를 만드는 동안 냉장실에 보관한다. 다 만들었다면 당장 먹을 것을 제외하고 냉동실에 보관한다. 정석을 따르자면 패티가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유산지(종이 호일)을 크기에 맞춰 잘라 사이사이에 넣어줘야 되는데 어쩌면 패티 만들기보다 더 번거로울 수 있으므로 요령을 좀 부리자. 유산지를 끊어내 길이 방향으로 반 접고 자르면 긴 직사각형이 된다. 한쪽 끝에 패티를 한 점 올린 뒤 유산지를 접어 덮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긴 유산지를 아코디언처럼 접어 사이사이에 패티를 한 장씩 넣는 것이다. 다섯 장에서 열 장 사이로 쌓아 올린 뒤 그대로 지퍼백에 담아 냉동 보관한다.
냉동 보관이 기본이지만 워낙 얇고 가볍게 만들었으므로 굳이 해동하지 않아도 된다. 햄버거를 만든다면 소금간을 넉넉히 하고 뜨겁게 달군 팬에 바로 굽는다. 한 면당 2~3분이면 충분히 익는데, 치즈를 더한다면 한 면을 굽고 뒤집은 뒤 패티의 위에 올려 나머지 면을 굽는 동안 녹인다. 빵도 살짝 구워 주면 햄버거가 더 맛있어지는데, 패티를 익히는 동안 토스터에 굽거나, 아니면 패티를 익히고 남은 팬에 올려 여열로 굽는다. 그 사이에 패티는 소위 ‘레스팅’을 거쳐 수분이 쏟아져 나오지 않을뿐더러 온도도 살짝 내려가 먹기에 훨씬 편해진다.
햄버거를 목표로 만들었지만 간 고기인데다가 해동도 필요 없으므로 사실 다른 음식을 만드는 데도 두루두루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얇고 가벼운 패티는 훌륭하다. 익히면서 부스러트리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니 간 고기가 필요한 음식이라면 어디에나 쓸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마파두부이다. 간단한 조리법은 우묵한 팬이나 냄비에 식용유를 둘러 중불에 달군 뒤 패티를 더해 나무 주걱으로 부숴가며 익힌다. 패티가 완전히 부스러지고 살짝 노릇하게 익어 기름이 녹아 나오면 두반장을 더해 1분 정도 볶다가 마늘, 파, 생강 등을 더해 30초쯤 더 볶다가 화자오(초피나무 열매)나 고춧가루를 더한다. 물을 자작하게 붓고 두부를 더해 센 불에서 6~8분 끓인 뒤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물녹말로 마무리한다. 이 밖에도 순두부 찌개나 미역국 등의 국물 바탕을 만드는데 햄버거 패티를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말 그래도 되나’ 싶은 쓰임새가 한 가지 있으니 만둣국, 더 나아가 떡국의 고명이다. 가장 서양 혹은 미국적인 음식으로 가장 전통적인 음식을 만들다니 마음 한구석이 께름칙할 수 있지만 만들고 나면 똑같다. 마파두부와 같은 요령으로 기름을 두른 팬에 패티를 한두 점 올려 부숴가며 볶다가 간장, 후추 등으로 마무리한다. 끝이다.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의 고향은 미국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중앙아시아 기마민족이 고기를 섭취하는 방식에서 유래했다.
햄버거 원형은 중앙아시아 타타르족이 먹던 날고기나라의 상징이나 다름 없으니 고향이 미국이라 여기기 쉽지만, 햄버거의 발원지는 중앙아시아이다. 타타르족이 먹던 날고기가 원형으로 기마민족답게 말을 탄 채로 날고기를 먹었는데, 고기가 부드러워지도록 달리는 말 안장 밑에 깔아 두었다고 한다. 이를 뿌리로 삼아 우리의 육회와 비슷한 스테이크 타르타르(Steak Tartare)가 등장했고, 러시아와 독일을 거쳐 18세기 말 함부르크 출신 이민자들에 의해 ‘햄버그 스테이크(Hamburg Steak)’라는 이름으로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 오늘날의 햄버거가 되었다.
햄버거도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두 조각의 식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먹는 샌드위치의 일종일 뿐이었다. 번(bun)이라 부르는 햄버거 특유의 둥글고 부드러운 빵은 1916년 미국인 월터 앤더슨이 발명했다.
유명세만큼이나 원조 논란도 활발해서 위스콘신과 오하이오, 코네티컷 주에서 축제를 열거나 기네스북 등재를 위한 ‘세계에서 가장 큰 햄버거 도전’ 등을 통해 서로 햄버거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코네티컷 주 뉴 헤이븐의 ‘루이스 런치’에서는 1895년부터 먹었다는 ‘원조’ 햄버거를 판다. 두 장의 토스트 사이에 특유의 수직그릴로 구운 패티를 끼운 샌드위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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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음식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