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등] 이상한 일
2019-07-25 (목)
동진 스님 / SAC 영화사 주지
올 7월 20일은 아폴로 11호가 달에 갔다 온 지, 반세기가 된 날이라고 한다. 50년이라니, 그럼에도, 달 착륙 순간이 생생히 기억나는 거 보니, 대단한 사건이긴 했나 보다. 그런데 그때 달에 갔던 이들이 달에서 돌을 가져왔었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나사가 50주년 기념으로 그 돌을 공개하고, 학자들의 연구에 제공할 거라고 보도했다. 특이한 건 가져온 돌 반수 이상이 관리의 어려움으로 분실, 또는 훼손됐다고 한다 ! 달에 갔다 온 건,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지만, 거기서 돌을 가져온 건 몰랐었다. 달 탐사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나 보다. 암튼. 달을 떼어 오다니!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슨 권리로? 인류 발전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훼손해도 좋은 지? 그 가부는 누가 결정하는 걸까? 뭐 선취한 자가 주인,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뭔가 석연찮은 기분이 오래 남았다. 그들은 어마무시한 가치라는 그 ‘문락’을 어쩌다 잃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다른 더 소중한 걸 잃었다. 생각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달, 이다. 이제 달 볼때마다 돌이 생각 날 것이다. 그 권력은 그들 것이므로, 그 힘을 갖지 않은 자는 피해자여도 별 수 없다. 힘의 논리다. 쫌 억울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우주인이 달에 간 사실을 안 믿는다. 달 문제 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일에 대해서, 내가 직접 몸으로 겪지 않은 것은 믿지 않는다. 강력 부정하지도 않는다. 당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냥 알고만 있는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달에 왜 갔냐, 같은 시비 문제가 아니다. 연기법 문제다. 아다시피 물질, 이라는 것은 화합물이다. 양자와 원소와 분자들과 미생물과 지수화풍 등등의 인연 결집체이다. 어떻게 인연 회합하느냐에 따라, 사람도 되고 풀도 되고 금속도 되고 한다. 또한 달도 마찬가지다. 나무가 있어 불이 있고 불이 있어 흙이 있고... 즉,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사라지면 이것이 사라진다.’ 의 그런 인연체이다. 저 빛나는 달에서 떨어져 나온 돌이 이 지구엔 아무 일도 아닐까? 살을 떼어낸 저 달은? 뉴스 보며 마음에 걸려 사라지지 않던 것은 바로 이것이다. 내 살 일부가 뚝 떨어진 그런 느낌. 세상은 연기로 존재한다. 이 사실을 사람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성찰하지 않는다. 연기법은 어렵다. 문자로도, 깨닫기도. 부처님도 ‘일반 중생이 이 연기법을 깨달아 알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아무리 강조를 해도 우린 몰라서. 상관 않는다. 그래서 내 가족, 내 사랑, 혹은 나만의 편리와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연 훼손쯤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 같은 환경 문제 심각한 세상에선, 우리 모두를 위해서도, 연기법 공부는 만인에게 꼭 필요하다. 만약 어떤 이가 연기법을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성찰을 하고 있다면, 그는 절대로 이기적으로 살 수 없다. 이런 이들이 많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보다 밝을 것이다. 달 탐사에 관한 문제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 할 자리에 있지도 않거니와. 달에 가고 싶지도 않다. 다만, 이런 기념비적인 사건을 통하여, 지중한 인연법을 한번 상기해 보자는 거다. 먼지 하나도, 그냥 일어나는 건 세상에 절대 없다. 반드시 따라 일어나는 게 있다.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으로. 다 좋을 순 없다. 빛과 그림자처럼. ‘문락’은 우리 지구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 일으킬까? 알 수는 있을까?
<동진 스님 / SAC 영화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