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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의 성범죄도 침묵해야 하나, ‘고해성사 불가침’ 또 논란

2019-07-17 (수)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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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법“비밀 유지해야”vs 사회법“신고해야 마땅”

▶ 7개주 고해성사 중 아동학대범죄는 신고 의무화, 교황청“어떤 법률로도 발설 강요 안된다”재확인

사제들의 성범죄도 침묵해야 하나, ‘고해성사 불가침’ 또 논란

사제들의 고해성사 비밀유지 불가침성을 둘러싼 논란이 최근 다시 촉발돼 교계와 정치권의 팽팽한 기 싸움이 한창이다. [AP]

교황청이 세계 곳곳에서 최근 잇따른 사제들의 성 추문으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촉발된 ‘고해성사 불가침’ 논란에서는 사제들의 편을 들며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취했다. 고해성사를 들은 사제들의 범죄 신고를 의무화하려는 정치권의 강력한 요청에 대해 국가라 하더라도 사제로 하여금 고해성사 내용을 누설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대처했다. 고해성사 불가침을 둘러싼 수백 년간의 논란의 배경을 살펴본다.

고해성사란?

가톨릭의 7성사 중 하나다. 자신들이 알게 모르게 범한 모든 죄를 스스로 성찰하고 진정으로 뉘우치며 다시는 죄를 짓지 않기로 결심하고 고해소에서 사제에게 죄를 고한 후 용서를 받는다. 가톨릭에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여기며 신자는 물론 사제들도 참여한다. 고해성사를 받은 사제들은 자신이 들은 죄의 내용을 타인에게 어떠한 이유로든 발설할 수 없다. 사제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누설할 수 없으며 예외란 절대 없다. 만약 이를 어기고 타인에게 고해성사 내용을 발설하면 파문되어 사제직을 면직 당하는 처벌을 받는다.


고해성사 불가침성 논란은 최소 14세기 이전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간 성 요한 네포묵과 성 마테오 코레아-마갈라네스를 비롯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건 희생으로 비밀유지 의무를 지켜내고 성인 반열에 오른 순교자들도 많다.

신고의무와 불가침성의 충돌

교회법에서는 고해성사 발설을 국가도 강제할 수 없다며 불가침성을 내세우는 반면 사회법에서는 범죄 사실이 있다면 신고해야 마땅하다며 다른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충돌하고 있다. 다시 불붙은 논란은 잇따라 터져 나온 사제들의 성폭력 아동학대와 방임 사건들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미국을 비롯해 호주, 영국, 아일랜드, 칠레 등지에서는 불가침성을 무너뜨리려는 다양한 법안 마련이 활발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뉴햄프셔,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로드아일랜드, 테네시, 텍사스, 웨스트버지니아 등 7개주가 고해성사 중 아동학대나 방임 등의 범죄에 관해 듣게 된 사제들의 범죄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도 올해 유사법안이 추진됐으나 주상원 토론을 하루 앞둔 지난 8일 법안 발의자가 상정을 철회해 무산됐으며 루이지애나도 2016년 관련법을 추진했다가 법원에서 패소했다. 이외 대다수 주는 의심될만한 아동학대나 방임 행위를 발견했을 때 사제들의 신고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고해성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는 의무신고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논리적 결함에 대한 지적

가톨릭 교계는 사제들의 고해성사 범죄 내용 신고 의무화가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세간의 주장은 논리적 결함이 많아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비밀스러운 아동 성범죄자들의 특성상 이들이 실제로 고해성사를 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고 자신들의 행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기 때문에 고해성사를 할 일도 없겠지만 한다고 하더라도 사제들의 신고가 의무화되면 고해성사를 하는 비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또 고해성사는 95%가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익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누구인지도 모르는 고해자를 사제가 신고하기가 사실상 어렵고 그간 접수된 사제들의 범죄 신고가 실제 수사로 얼마나 결실을 맺고 아동보호에 이바지 했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도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교황청은 ‘비밀유지’ 입장 확고

교황청은 지난 1일 입장 발표문에서 사제들이 생명을 잃을 위기가 닥치거나 피 흘림 등 어떠한 대가를 치르게 되더라도 고해성사 내용은 끝까지 비밀유지 의무를 지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고해성사를 듣는 사제는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을 대신한 자리라며 신으로부터 임무를 부여 받은 만큼 어떤 정부나 법률로도 고해성사의 비밀유지 규정 위반을 강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고해성사의 비밀유지라는 신성 불가침한 성격을 깨뜨리는 목적의 모든 정치적인 행위나 법안은 교회의 자유에 대한 용인할 수 없는 공격이자 종교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이란 점을 확실히 했다.

교황청은 또한 가톨릭 교계의 조직적인 사제 성범죄 은폐를 우려하는 시선을 의식해 모든 아동학대와 방임 등 성범죄 근절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톨릭 교계도 일제히 고해성사 내용 발설은 교회를 향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배반하는 행위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문에 사제들로 하여금 고해성사 내용을 발설하고 범죄 신고를 의무화하기보다는 사제들이 범죄를 저지른 고해자들에게 자수를 권유하는 등 실제로 도움을 주는 길잡이 역할을 맡기는 것이 낫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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