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무더위에 진상 고객까지 …한인업소 골머리

2019-07-10 (수) 최희은 기자
크게 작게

▶ 계산 전에 제품 포장뜯고 맛보기·과일 박스 골라담기

▶ 다른손님 상관않고 테이블서 아기 기저귀 갈기까지

적발시 소란피울까봐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눈치만

#지난 주말 플러싱의 한 마트를 들른 김모씨는 기함을 했다. 한 커플이 여러 박스에서 큰 망고를 일일이 골라, 특정 박스에 옮겨 담고 있었던 것. A씨는 “조금씩 크기가 다른 과일들이 박스마다 담겨 있는데, 박스에서 좋은 과일들만 골라 다 담아 가면, 나머지 과일 박스를 사는 사람은 뭐가 되냐”며 “안그래도 더워서 짜증나는데, 뻔뻔하게 진상 짓을 하는 걸 보니 속에서 열불만 터졌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정모씨는 커피숍에서 팥빙수를 먹다가, 기저귀를 가는 아기 엄마를 보고 입맛이 뚝 떨어진 경험을 했다. 정씨는 “멀쩡한 화장실을 놔두고 저렇게 개념 없는 짓을 아기 엄마가 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며 “기저귀는 그대로 자리에 두고 떠났다. 결국 팥빙수를 끝까지 못 먹었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늘어나고 있는 진상 고객들 덕에 업소 관계자들의 불쾌지수가 치솟고 있다.

주로 마트와 식당, 네일 업소 등 업종을 총망라해 그간 진상 고객들이 종종 등장하기는 했으나 최근에는 그 수법이 더욱 교묘하고 노골적으로 진화해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달 들어 텍사스 월마트와 루이지애나 등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핥은 후 다시 냉동고에 집어 넣는 진상 고객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한인 업소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상대적으로 방문객 수가 많은 마트의 경우는 이 같은 진상 고객들의 습격에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한 한인 마트 관계자는 “진상 손님이 등장했다며 가끔 다른 고객이 알려주는 경우가 있지만, 현장을 눈앞에서 적발하지 않는 한 어설프게 대처했다가는 자신에게 억울하게 혐의를 뒤집어 씌운다며 역정을 내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불쾌지수가 높은 여름에는 현장에서 제지를 해도 안 통하는 고객들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마트에서는 목격되는 진상 행태의 대부분은 제품의 포장을 뜯고, 맛을 보거나 내팽겨치는 경우다. 북부 뉴저지의 한 마트에서 안모씨는 된장 뚜껑을 열고 된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는 한 여성에게 따졌다가 오히려 봉변을 당할 뻔 했다. 안씨는 “뚜껑을 열고 안에 밀봉 처리된 비닐까지 뜯어 된장 맛을 보는 것을 보고 정말 현실인가 싶었다”며 “무슨 짓이냐고 따지니 대뜸 뭔 상관이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요식업계도 진상 고객들의 습격에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 업주는 “아이스커피를 구입해 나간 후 고객이 돌아와 리필을 서너번 요구한 적도 있다”며 “가끔 어린아이가 진열된 빵을 손가락으로 쑥 눌러보거나 빵위 초콜릿을 손으로 쿡 찍어 맛을 보는데도 웃으면서 바라보고만 있는 엄마들이 있는데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름이면 고질병처럼 진상 고객들이 늘어나는데 어쩔 수가 없다”며 “문제가 되는 고객들을 쫓아내자니 소란스러워져 영업에 지장을 줄 것 같고 그냥 두자니 속이 터진다”며 울상을 지었다.

<최희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