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안 팔렸다고 해서 영영 못 파는 것 아니다

2019-07-04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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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망에 앞서 분석하면 얼마든지 더 좋은 조건으로 팔 수 있다

집을 팔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부동산 에이전트와 리스팅 계약을 체결한다. 에이전트에게 주택 판매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 리스팅 계약의 주요 내용이다. 리스팅 계약 기간 대개 3개월~6개월 정도로 이 기간 내에 에이전트는 최선을 다해 고객의 집을 최상의 조건으로 팔아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결과가 리스팅 계약서에 사인하면서 기대했던 대로 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나무랄 데 없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리스팅 계약 기간 내에 집이 팔리지 않고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계약 기간 내에 집이 안 팔렸다고 해서 집을 못 파는 것은 아니다.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집이 안 팔렸던 것을 교훈 삼아 잘못된 점을 보완하면 오히려 더 성공적인 주택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 감정부터 추스르기

무슨 일을 하든 감정이 개입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반대로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맛볼 수 있다. 집을 파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기대했지만 집이 팔리지 않고 부동산 에이전트와 맺은 리스팅 계약이 끝나게 되면 밀려오는 실망감을 막을 길이 없다. 집이 팔릴 것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실망감도 클 수밖에없다.집을 내놓기 전에 실시했던 준비 작업과 바이어들에게 집을 보여 주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까지 감안하면 집이 팔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실망이 큰 것도 당연하다.


타주로 전근, 또는 이미 이사 갈 집을 구입한 경우와 같이 집을 반드시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2회전’을 준비해야 한다. ‘2회전’에 나서기도 전에 실망감에 주저앉게 되면 던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

‘바이어들은 왜 우리 집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란 부정적인 감정 추스르기가 급선무다. 자기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집을 파는 일은 더욱 어려워진다. 집을 내놓는 순간부터 ‘우리 집’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대신 다른 가정에게 새 시작을 제공할 장소라는 생각으로 집을 바라봐야 한다. 집이 안 팔린 사실에 집착하지 말고 안 팔린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기대로 서둘러 ‘2회전’을 준비해야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 철저한 사후 분석

집이 팔리지 않은 것은 실망스러운 결과지만 다음번 집을 팔 때에는 ‘좋은 약’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직전에 집을 내놓았을 때 접수된 시장의 ‘피드백’(Feedback)을 철저히 분석한다. 빨리 팔리는 집의 대부분은 리스팅 가격이 적정했던 것이 성공 원인인 경우가 많듯 안 팔리는 집도 가격이 원인일 때가 많다.

주택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했거나 셀러의 기대가 너무 크면 시세보다 높은 ‘오버 프라이스’(Over Price)로 집을 내놓은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리스팅 에이전트와 처음 집을 내놓기 전에 실시했던 ‘매물 시세 분석 보고서’(Comparative Market Analysis)를 다시 검토해 리스팅 가격이 현 주택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많은 지역에서 바이어스 마켓으로 전환되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어스 마켓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버 프라이스로 나온 매물은 팔기 힘들다.

가격 외에도 집이 팔리지 않는 다른 원인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이때에도 직전 리스팅 기간 중 실시한 오픈 하우스와 쇼윙을 통해 접수된 바이어와 부동산 에이전트의 피드 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다소 감정을 상하게 하는 피드 백이 있더라도 각 피드 백을 ‘해결 가능’과 ‘해결 불가능’한 피드 백으로 분류한다. 깨진 전기 스위치나 바랜 페인트 색 등은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는 문제지만 대지 면적, 입지 조건 등의 조건은 해결이 불가능하다. 수리가 가능한 문제점은 다시 집을 내놓기 전에 수리를 완료하고 해결 불가능한 조건은 리스팅 가격을 산정할 때 적절히 반영할 수 있다.


◇ 리모델링은 ‘스마트’하게

현재 많은 지역이 ‘바이어스 마켓’ 상황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바이어스 마켓의 특징 중 하나는 바이어들이 마음에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가격 조건이 맞는 매물을 찾기 위해 여유롭게 집을 보러 다니는데 그만큼 집이 팔리는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어스 마켓에서는 매물 첫인상이 주택 판매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새 페인트 작업이나 카펫 교체 등의 리모델링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바이어의 첫인상을 사로잡을 수 있는 ‘스마트’한 리모델링이다. 비용과 시간이 허용되는 경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욕실과 주방 리모델링을 실시하면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홈 스테이징’이 주택 판매에 효과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자주 발표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주택 판매 목적으로 실내 가구를 재배치하거나 간단한 인테리어 장식을 실시하는 홈 스테이징을 실시한 매물은 높은 가격에 팔리기 때문에 스테이징 비용 회수율도 높다. 리모델링과 홈 스테이징을 실시하는 데만 그치면 안 된다. 반드시 매물 사진 전문 촬영 업체를 통해 사진을 촬영한 뒤 각종 인터넷 매물 검색 사이트와 브로슈어 등에 활용해야 바이어들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

◇ 리스팅 에이전트 교체

집이 팔리지 않은 채로 리스팅 계약기 만료됐다고 해서 반드시 에이전트를 교체할 필요는 없다. 섣불리 새 에이전트와 리스팅 계약을 체결하면 오히려 같은 실수가 반복되거나 불필요한 절차를 다시 밟게 되는 경우도 흔하다. 기존 리스팅 에이전트를 신뢰할 수 있고 리스팅 계약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되면 동일 에이전트와 재계약을 맺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집이 팔리지 않은 원인이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있다고 판단되거나 리스팅 계약 기간 동안 에이전트와 소통에 어려움을 경험했다면 새 에이전트로 교체가 고려되는 신호다.

리스팅 계약이 공식적으로 만료되는 순간부터 지역에 활동하는 다른 에이전트들로부터 연락이 수시로 날아들기 시작한다. 새 에이전트를 선정하기로 했다면 주변의 추천을 받는 것이 아무래도 도움이 된다.

추천된 에이전트 중에서도 직전 리스팅 계약이 만료된 매물을 담당해 판매에 성공한 에이전트를 선별하는 것이 좋다. 안 팔린 집을 다시 내놓을 때 활용할 수 있는 매물 판매 전략이 있는지 반드시 물어본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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