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얼마나 있어야 부자일까? 회계사니까 세금으로 한 번 풀어보자. 한국의 증여세와 상속세 세율은 30억 원 넘어가면 50%로 껑충 뛴다. 재산 30억 원 정도면 한국에서는 부자로 보는 것 같다. 미국은 500만 달러까지 증여세와 상속세가 면제된다. 물론, 지금은 한시적으로 거의 1,200만 달러까지 올라와 있지만, 6년 뒤에는 다시 500만 달러로 환원될 예정이다.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자, 작년 11월, IRS는 나중에 그렇게 환원되더라도 1,200만 달러였을 때 이미 증여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안 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죽는 날짜(상속세)는 몰라도, 주는 날짜(증여세)는 내가 정할 수 있으니, 그마나 다행이다. 어쨌든, 30억 원이든, 50억 원이든 내게는 엄청 큰 금액이다.
어제 내 직원 한 명과 고객의 개업식에 함께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내가 물었다. “xx씨는 앞으로의 꿈이 뭐에요?” 운전을 하느라 얼굴은 쳐다볼 수 없었지만,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빨리 은퇴하는 거요!” 월급 올려달라는 말이네요, 하면서 함께 웃었는데, 사실 월급쟁이로 부자 되기가 그렇게 쉬운가.
최근에 내 고객이 맨하탄 40평 콘도를 250만 달러에 샀다. 아까 그 직원의 연봉은 고작 5만 달러 남짓. 그 집 한 채 사려면, 50년을 한 푼도 안 써야 한다. 단순하게, 매년 1,000만원씩을 모아도 250년이나 걸린다. 그런 직원이 볼 때, 250만 달러의 아파트를 캐시로 산 고객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고단하고 지친 어느 날엔, 질투와 원망의 과녁이 그 부자를 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단지 부자라는 이유로 그들을 삐딱한 시선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자가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같은 인격의 사람을 업신여겨서는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부자가 계속 부자로 남기 위해서는 반지하의 냄새까지도 인정하고, 나아가 그들에게 진정으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다. 속으로는 물론이고, 겉으로도 부를 지속적으로 열망하면 된다. 남들처럼, 속으로는 바라면서 겉으로는 부를 경멸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갖고서는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 우리가 예수가 되고 싶고, 부처가 되고 싶다면 속으로도 그래야 하고 겉으로도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 직원이 일찍 부자가 되고 싶다는 것은 더 이상 천박한 계획도, 숨겨야 하는 꿈도 아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기존의 부자들은 이런 젊은이들을 위한 마중물이 되어줘야 한다. 그래야 인류가 계속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고, 행복한 공존이 가능하다. 그나저나,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 직원과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금세 후회했다. 또 꼰대 아저씨 같은 말만 했으니 말이다. 나는 언제 젊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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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