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배운’
2019-06-20 (목) 12:00:00
Marjorie Saiser

자넷 서 ‘오솔길’
거짓말을 하고 그걸 믿어
언니와 몇 년 동안 말도 하지 마
하루 종일 커피 마시고
비싼 옷 사지 마
그 누구도 칭찬하지 마 그들은 자만하게 될거야
은행, 교회, 우체국을 잊지 마
만일 이런 저런 것들을 어디에 뒀는지 잊을 것 같으면
속기해놔: 이젠 아무도 속기가 뭔지 모르지
신문을 읽고 잘 살펴봐
십자말풀이는 볼펜으로 해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마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마
생각하는 것을 말하지 마
마틴의 수퍼에서 바나나 사지 마
친구가 한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잊지마
그녀가 한 말을 체크하려고도 하지 마
평생 당신의 딸을 몹시 사랑해 줘; 딸은
당신이 죽은 뒤 어느 날 알게 될거야
Marjorie Saiser ‘그녀에게 배운’ 전문
임혜신 옮김
그녀라 불리는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있다. 거짓말을 하고 그것을 믿으라는 첫 줄로 보아 회의적 충고가 될 것 같다. 회의적 충고는 그 반대도 똑같은, 아니 그 반대가 더 좋은 충고일 수 있다. 그녀라 불리는 누군가는 ‘마틴의 수퍼에서 바나나 사지 말라’와 같이 일상적인 충고도 하고 언니와 몇 년 동안 말하지 말고 생각하는 것은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반사회적 충고도 한다. 가만히 읽어보니 구절구절 사람으로 살아가는 서글픔이 억눌려있다. 수동적 공격(Passive aggressive)이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세상 모두를 믿을 수 있고 그리고 모든 딸들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의 사랑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를 통해 본 세상의 속내가 쓸쓸하다. 임혜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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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jorie Sais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