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광훈 대표회장 막말 이후 기하성 이어 이탈 가속화
▶ 교계 영향력 급속히 줄어들어 원로들“정치 이용 말라” 비판
기독교 원로기자회견에서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인 김명혁 목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국내 최대 대학교 선교단체인 한국대학생선교회(CCC)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탈퇴했다. 한기총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대통령 하야 주장을 비롯한 막말 논란 이후 대형 교단과 단체의 한기총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교계 내 이 단체 입지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CCC는 19일 한기총에 탈퇴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CCC 관계자는 “한기총은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고, 세상이 한국 교회를 걱정할 만큼 교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한기총이 특정 정치적 입장에 편향돼 있다 보니 한국 교회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탈퇴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전광훈 목사가 대통령 하야를 주장한 한기총 명의 시국선언을 언급하며 “한국 교회 정서와 너무 동떨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958년 대학생 선교를 통한 민족복음화운동을 표방하며 설립한 CCC는 30만명의 회원을 배출했으며 현재 1만5,000여명의 대학생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앞서 여의도순복음교회 등이 속한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는 지난 11일 정기실행위원회를 열어 한기총에 대한 행정보류를 결의한 바 있다. 행정보류는 탈퇴 이전 단계 조치지만 교계에서는 사실상 한기총 이탈로 보고 있다.
기하성에 이어 CCC마저 한기총 이탈 행렬에 오르면서 한기총에는 사실상 군소 교단만이 남게 돼 교회 연합체로서 영향력이 급속히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광훈 목사의 정치적 언행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교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개신교 원로들도 최근 막말 논란을 부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를 한목소리로 비판하며 교계 참회와 변화를 촉구했다. 개신교 원로 9명은 18일 서울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호소문을 발표하고 “전광훈 목사의 언행은 극단적, 적대적, 대립적 사고구조의 표본이자 그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극단적, 적대적 이념이나 신념을 기독교 신앙과 뒤섞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전 목사가 세속적 욕망으로 정치에 나서려 한다면 교회, 교회기구를 끌어들이지 말고, 목사를 내세우지 말고 개인으로 나서라"고 요구했다.
원로들은 또 “한기총 대표회장의 정치 야욕적 망발은 한국 기독교회를 오로지 수치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낡은 극단적 적대 이데올로기를 내세우고, 기독교회와 교회연합 기구를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추락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컫지 말라'는 십계명을 위반한 반성경적, 반복음적 폭거이고 신앙적 타락"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 교회의 대표성은 하나의 기구에 있지 않다. 한기총의 대표성은 현저히 약화됐다"며 “한기총은 전 목사 사태를 속히 해결하고 갱신해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교회 장로인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목사가 교회의 성직자 자격으로 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기에 금지하는 것"이라며 “적어도 교회와 교회 대표의 이름으로는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며 전 목사의 정치적 언행을 꼬집었다.
이날 회견에는 전명금 전 총회장, 손봉호 교수를 비롯해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원로), 민영진 목사(대한성서공회 전 총무),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전 의장), 신경하 감독(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 등 9명이 참석했다. 호소문에는 개신교 내 다양한 교단의 목사 등 31명의 개신교 원로들이 동의해 이름을 올렸다고 회견 주최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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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