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팔순 앞둔 미 조각가 뜰 바위에 부처 새겨

2019-06-20 (목) 정태수 기자
크게 작게
팔순 앞둔 미 조각가 뜰 바위에 부처 새겨

캘리포니아 남단 대도시 샌디에고, 거기서도 남쪽 끝에 데스칸소(Descanso)가 있다. 스페인어로 “쉼터(Place of Rest)”라는 뜻에 걸맞게 바다를 낀 드넓은 땅(약 20 스퀘어 마일)에 상주인구 1,500명이 채 안되는 작은 도시 혹은 촌락이다.

그곳에 사는 70대 후반 조각가 겸 환경운동가가 자신의 집 뒤뜰 큰 바위에 부처님 용안(佛頭/불두)을 조각했다(사진). 화강암에 새겨진 높이 6피트의 불두는 알음알음 지역명소가 돼 불과 몇 달동안 수백명이 다녀갔다. ABC-TV의 이달 6일 방송을 타고 알려진 사실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78세의 던컨 맥페트리지(Duncan McFetridge) 씨. 클리블랜드 내셔널 포레스트 보존운동에 적극 가담했던 활동가이자 목재 조각가인 그는 불연듯 뒤뜰 끝자락에 울타리처럼 늘어선 화강암 하나에 부처님을 새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수동기구와 전동기구를 이용해 혼자서 하루 4시간씩 6개월간 부처님 얼굴을 조각했다고 한다. 그의 집 뒤뜰은 뜰이라기 보다 바위산이라 할 만큼 바닥 전체가 크고작은 바위들로 돼 있고 군데군데 제법 큰 바위들이 늘어서 있다. 목재 조각을 주로 했던 그가 바위에 조각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ABC와의 인터뷰에서 한 그의 말은 그가 얼마나 신심깊은 불자인지 여실히 들려줬다. “나무마다 바위마다 부처님이 계시고 우리를 바라보고 계십니다. 이는 우리의 환경을 지키는 것과 연관돼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존귀한 것입니다.”

바위에 조각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것은 부처님의 곱슬머리 나발(소라모양의 머리라는 뜻)로 하루에 한 묶음씩 조각했다고 말했다. 문헌에 따르면, 부처님 시대 출가자들은 요즘처럼 민머리로 깎지 않고 머리를 살짝 덮을 정도로 깎았으며 이를 보기 좋게 다듬으니 소라모양의 곱슬머리처럼 됐다고 한다.

불두는 동쪽을 향하고 있다. 그가 동향 불두의 내력을 알고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모양과 크기, 접근성 등이 좋아 그 바위가 좋겠다고 고른 것이었다. 나중에 그곳에 들른 한 불자로부터 부처님이 큰깨달음을 얻을 때 바라본 방향이 동쪽이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그는 “뭔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는 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부처님을 만나길 바란다며 “저 부처님도 알려지는 걸 바라마지 않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연이 닿으면 더 큰 불상을 조각할 생각이라고 한다.

<정태수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