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이자 억만장자인 제프 베이조스와 이혼하며 40조 이상의 자산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 가운데 한 명이 된 매켄지 베이조스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자선을 위해 기부할 것을 서약했다.
매켄지는 서약서에서 “내게는 나눠야할 과분한 양의 돈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선에 대한 접근법은 신중할 것”이라며 “하지만 기다리지 않고 금고가 빌 때까지 계속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로니클 오브 필랜스로피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한 개인 또는 부부 50쌍의 기부금액 총계는 78억달러(약 9조1000억원)였다고 한다. 고국인 대한민국 국민 전부가 낸 1년 기부금 총액인 12조 8000억원 수준의 71.3%수준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의 자산가들은 왜 막대한 금액의 기부를 하는 것일까?
첫째로 개인이나 기업은 기부행위로 법에 따라 세금을 면제받거나 환급받을 수 있다. 물론 기부라는 것은 선의로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세금감면 혜택이 있기 때문에 많은 개인과 기업은 기부를 하고 있다.
기부와 세금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공적으로 좋은 일을 위해 쓰는 돈이라는 점은 같지만 이왕이면 세금을 내는 것보다는 기부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선의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기부와 달리 세금은 법과 제도 아래서 운용되며, 기부는 어떠한 사람을 도울지를 내가 결정하고 내가 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확인을 할 수 있는 반면 세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기부를 장려하고 존경받는 사회적 문화와 투명한 재정관리 때문일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이 쓰고 싶은 것 다 쓰고 남아서 기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내가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것보다 더 가치 있게 쓰일 것을 기대하며 기부하는 것이다. 또한 내가 기부한 자원이 어느 곳에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을 때 기부하는 사람은 보람을 느끼며 다시금 기부하는 선순환작용이 일어날 것이다.
기부는 국민의 수준을 높여주고 사회를 통합하는 기능을 하며 사회 갈등을 줄이는데 큰 기여를 한다. 부처님께서도 대승불교의 실천덕목인 6바라밀에 보시(기부)를 맨 처음으로 말씀하셨다.
대나무 숲의 모든 대나무가 뿌리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처럼 우리사회의 구성원들도 서로 유기적인 관계임을 깨달아, 이웃의 배고픔이 곧 나에게도 고통으로 다가오며 이웃의 행복이 궁극적으론 나의 행복과 둘이 아님을 깨달아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저승 갈 때 입는 수의에는 호주머니가 없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죽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내 마음과 살아 있을 때 어떤 삶을 살았는지 하는 삶의 흔적뿐이다,
문득 천상병 시인의 시 한 소절이 떠오른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도 이 세상 소풍 끝내고 돌아갈 때 아름다운 세상에서 잘 놀다 왔다고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
광전 스님 / SF여래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