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칼럼] 스칸달론의 뿌리: 전이와 역전이
2019-06-13 (목)
박상근 목사/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최근에 한국의 유명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상담하던 여러 명의 환자들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스캔들로 구속이 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는 방송에까지 출연하여 유명세를 떨치던 의사였다. 이 사건은 그냥 하나의 뉴스로 끝날 사건이 아니다. 많은 경우 스칸달론이 상담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상담은 스칸달론의 뿌리이다. 상담을 통해 스칸달론이 일어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이’ 때문이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있는 내담자가 상담자(목회자)를 만나 자기의 어려운 형편을 하소연하고 억울함도 토로한다. 상담자는 귀를 기울이고 내담자를 지지하고 격려한다. 설사 그에게 문제점이 보여도 비판하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 내담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경청해주고 자기가 옳다고 지지까지 해 주는 상담자(목회자)가 천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세상에 이렇게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게다가 그가 평소에 영적인 권위를 가지고 말씀을 전하는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신뢰도는 급상승한다. 이 분이라면 자기의 어떤 상처도 보듬고 위로해줄 것 같다.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호감을 가지고 전적인 신뢰를 보내며 의지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감정이 어느 선을 넘으면 이성적인 관심으로 발전한다. 이것을 ‘전이’라고 한다. 이 때 상담자가 분명한 거리를 두지 않고 그 감정에 휘말리면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긴다. 많은 스칸달론이 상담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와 반대로 ‘역전이’가 일어나기도 한다. ‘전이’와 반대로 상담자가 내담자를 자신의 이상형으로 감정을 이입하는 경우이다. 특히 내담자가 자신에게 호감을 표하는 경우 그것을 내담자의 상처나 불안정한 마음의 상태로 보지 않고 성적인 어필로 오해해서 상담자(목회자)가 내담자에게 마음이 빼앗기는 경우이다.
한국의 Y의과대학 정신과 의사 장로님에게서 상담을 배울 때 직접 들은 이야기이다. 젊고 매력적인 여자 환자를 상담하다가 자신이 ‘역전이’에 걸려 아주 혼이 났다고 했다. 환자가 환자로 보이지 않고 자꾸 여자로 보였다. 혼자 있을 때도 자꾸 생각이 나서 집중이 힘들었다. 강의 중에 그런 고백을 하는 것이 신선하기도 했지만 저렇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분들도 ‘역전이’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인간은 죄인이고 연약해서 자신의 원초적인 감정을 이성과 의지로 통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목회자로서 숱하게 상담을 하게 되는데 내적인 방어훈련을 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 어떤 조건에서 ‘전이, 역전이’가 벌어질지 알 수 없으므로 항상 의식적으로 방어하는 수밖에 없다.
결코 이성과 단 둘이서 상담을 하는 경우가 없도록 주의하라. 단 둘이 있게 되는 경우는 문을 조금 열어두든지, 아니면 사무실 문에 실내가 보이도록 유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 혼자 있는 이성의 집에 절대로 혼자서 심방을 가선 안 된다. 심방이나 상담을 핑계 삼아 불순한 의도로 다가오는 이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가 있다. 사모를 데리고 심방오지 말라고 하든지, 외딴 곳의 분위기 좋은 차집에서 만나자고 요구하는 이성의 성도도 있다. 단호히 선을 긋고 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틈을 보이는 순간 집요하게 어둠의 그림자가 파고 들 것이다.
목회에서 상담은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전문 상담가에게 교인들을 맡기고 담임 목사가 상담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피할 수 없다면 목회자 스스로가 철저히 준비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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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근 목사/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