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가주서 스님과 신도로 만난다는 것 “참 귀한 인연입니다”
2019-06-06 (목)
정태수 기자
산호세 정원사 주지 지연 스님과 신도들의 지난달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뒤 기념촬영.
북가주 한인사회에는 지금, 열명이 채 안되는 스님들이 수행과 전법을 겸하고 있다. 여전히 귀하다. 전에는 더했다. 과거 이윤우 법사의 회고담에 따르면, 멀리서 회색옷만 봐도 바닥에 엎드려 삼배를 올렸을 정도였다 한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 창건주 설조 스님의 영구귀국에 따라 북가주 한인사회 최장기 전법활동 기록은 지연 스님이 이어받게 됐다. 지연 스님은 1993년부터 산호세 정원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다. 2013년에 1년 가까이 한국에 머문 기간을 빼도 꼬박 4반세기다. 불교문화계에 발이 넓은 스님 덕분에 한국에서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수준높은 범패공연 등이 북가주에서 수차례 펼쳐졌다.
새크라멘토 영화사 주지 동진 스님과 오클랜드 돈오사 주지 돈오 스님은 약 13년 전에 몇 달 차이로 북가주에 왔다. 히말라야행을 준비하던 동진 스님의 북가주행은 뜻밖이었다. 건강악화로 한국에서 몸져누운 당시 영화사 주지의 부탁에 따른 ‘임시’ 행보였다. 그게 벌써 13년을 넘어간다. 그 사이 영화사는 셋집사찰에서 5에이커 독립사찰이 됐다. 전 오클랜드 보리사 주지 형전 스님과의 인연으로 북가주에 온 돈오 스님은 어린이포교 등을 주로 담당하다 2013년 초 보리사와 정원사 통합 직후부터 지연 스님 복귀까지 정원사 주지를 맡기도 했다. 돈오 스님은 2016년 이맘 때 오클랜드의 조용한 주택가에 아담한 기도도량 돈오사를 열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마리나 우리절 주지 운월 스님은 카멜 삼보사 전 주지 대석 스님과의 인연으로 삼보사에 몸을 담은 뒤 청소년불자 템플스테이 등 여러 행사에 힘을 보태는 한편 밤에는 서니베일까지 오가며 한의대에서 공부했다. 운월 스님은 대석 스님 귀국 이후에도 삼보사에 머물다 재작년 가을 마리나에 우리절을 열었다. 현 삼보사 주지 대만 스님은 곡성 성륜사 주지를 지낸 뒤 큰절 살림을 맡느라 지친 자신을 다잡고 수행에 전념하려 ‘물 건너 멀리 떨어진’ 두 말사(남가주 금강선원, 북가주 삼보사)를 저울질하다 삼보사로 향했다고 한다. 스님은 지난해 초 3년 결사를 회향하고 올해 5월 하안거에 맞춰 두 번째 3년결사에 들어갔다. 1988년 불에 탄 대웅전 터에 몽골천막 같은 원형참선방을 지난달 오픈했다.
북가주 전법활동 6년차 설두 스님(길로이 대승사 주지)의 대승사행은 창건주 정윤 스님이 대승사를 대흥사에 시주한 뒤 입적하면서 이뤄졌다. 대중이 함께 머무는 생활공동체형 사찰을 추구하는 스님은 산타클라라 주택가에서 벗어나 길로이에 장만한 13에이커 새 부지 인근에 지난해 가을 임시법당을 차려놓고 공사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진월 스님이 리버모어에 고성선원을 연 것은 2016년이지만 스님과 북가주의 인연은 훨씬 길다. 1990년대 UC버클리 박사과정에 다닐 때부터 북가주 한인불자들과 활발히 교류했다. 스님은 한인사회 각종행사에 북가주승가회 회장 내지 불교계 대표 자격으로 참가하는 한편 유엔베삭절 국제위원 등 자격으로 미국과 세계 각지 불교행사에서 적극 활동중이다.
여래사 새 주지 광전 스님의 북가주행은 인연의 묘함에 대해 새삼 생각케 하는 사건이다. 광전 스님은 종단 요직을 두루 거친 중앙종회 개혁파 대변인으로서 작년 여름 종단개혁 단식정진을 벌인 설조 스님과 첫 인연을 맺었다. 몇달만인 작년 가을 시카고 학술행사 참석차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할 때 설조 스님과 다시 만났다. 그 얼마 뒤 설조 스님의 간곡한 권유로 통도사에서의 겨울안거 계획까지 접고 여래사에 오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불광사(회주 송운 스님)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외부와의 소통이 거의 끊겨 스님의 주석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2일에도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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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