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열연한 주인공 척 놀랜드는 세계 최대 특급배송업체 페덱스(FedEx) 직원이다.
그는 화물기를 타고 세계 곳곳을 다니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여자친구와의 달콤한 데이트를 끝내지도 못했는데 화물기에 타라는 호출을 받고 부랴부랴 떠날 정도다. 이 영화에서 그려졌듯이 페덱스의 네트워크는 지구촌 전체를 아우른다.
현재 전 세계 220개국 이상이 배달지역이다. 하지만 페덱스의 시작은 미약했다. 1965년 미국 예일대 학생이던 프레더릭 스미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 스미스는 미국 내 어디에나 24시간 안에 화물을 보내는 방법을 구상해 학기 말 리포트로 제출했다.
화물집결지인 허브를 만들고 여기에 화물을 모은 뒤 재분류해 배송하면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안타깝게도 담당 교수는 비효율적이라며 C 학점을 줬다고 한다.
스미스는 이에 굴하지 않고 은행 대출 등으로 창업자금을 마련해 1973년 운송 물류업체 ‘페더럴익스프레스’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창업하고 자신이 구상한 항공운송 시스템을 적용했다.
배송에 허브 개념을 도입한 ‘허브 앤드 스포크(Hub & Spoke)’ 방식이다. 이전까지 물류는 배송하려는 두 지역을 최대한 단거리로 이동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방식으로 배달됐다.
창립한 그해 4월17일 14대의 소형 항공기에 186개 물품을 실어 미국 25개 도시에 성공리에 배달했는데 이것이 공식적인 페덱스의 첫 배송이다.
이후 미국을 기반으로 승승장구하다 1985년 유럽, 1988년 일본에 정기항로를 개설하면서 세계적인 항공화물 배송업체로 거듭났다.
1994년에는 속도를 중시하는 이미지에 맞게 회사명을 페덱스로 줄였다. 홍콩에 아시아태평양 본사를 두고 있는데 한국에는 2000년 9월 직영 형태로 진출했다.
중국이 배송오류를 핑계 삼아 최근 페덱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자국 택배업 규정 위반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 대한 보복 차원이지 싶다.
관세전쟁도 모자라 상대방 기업 공격까지, 미중 갈등의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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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