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굶어죽은 고시원생 기사 본 후, 8년 목회 세계선교교회 사임
▶ 밥 제대로 못 먹는 소외이웃에 3천원에 퍼주며 얘기 들어줘
최운형 목사(왼쪽에서 두 번째)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이웃과 소통하는 교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민교회 담임목사를 사임하고 서울에서 청년을 위한 밥집을 차린 목회자의 영적 행로가 시선을 끌고 있다. LA한인타운에 위치한 세계선교교회 담임목사를 지낸 최운형 목사는 지난해 교회를 사임하고 한국에서 식당을 개업했다.
세계선교교회는 46년 전 창립돼 300여 명이 출석하는 중형교회다. 최 목사는 지난 2004년부터 나성영락교회에서 부목사로 일하다 2010년 세계선교교회에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세계선교교회는 최 목사가 담임을 맡은 뒤 꾸준히 성장했고 여름방학이 되면 한인타운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서머캠프를 한달 내내 여는 등 지역사회를 섬기는 사역에도 앞장섰다.
안정적인 목회를 펼치던 최 목사는 지난해 8월 담임목사를 사임하고 지난해 10월 서울 은평구 연서시장 인근에 식당 ‘청년밥상 문간’을 차렸다. 교인들은 적극 만류했지만 최 목사의 비전을 받아들이고 파송예배를 드렸다.
한국의 기독교 언론인 뉴스앤조이가 지난 22일 최 목사를 인터뷰했다.
최 목사는 이 자리에서 “마가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고. 선배 목사들은 사랑과 관심 등을 의미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교회가 이웃들에게 실제적인 필요를 채워 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교자도 양심이 있다. 물론 내 삶과 상관없이 교인들에게 신앙적으로 권면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게 잘 안 됐다. 나는 매일 먹을 거 입을 거 등등 걱정이 많은데, 어떻게 교인들에게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앞으로 정년까지 20년은 더 목회해야 하는데, 더는 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목사직 자체를 내려놓으려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고민했다. 그러던 중 이문수 가톨릭 신부가 고시원에서 한 젊은이가 굶어 죽었다는 기사를 보고 서울 성북구에 3,000원짜리 김치찌개 식당을 차렸다는 뉴스를 접했다. 최 목사는 한국으로 달려가 이 신부를 만났다. 이 신부는 2호점 개점을 흔쾌히 동의하면서 ‘문간’이라는 이름도 그대로 사용하게 하고 영업 노하우까지 전수했다.
‘문간’은 밥을 제대로 챙겨 먹을 수 없는 이웃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밥상을 차려주는 식당이다. 김치찌개 3,000원. 계란 프라이, 어묵, 김 등은 500원이고 밥은 무료로 준다. 돈 안낸다고 밥을 안 주는 식당도 아니다.
청년, 직장인, 혼자 사는 노인, 집에서 음식을 할 수 없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의 손님이 식당을 찾는다. 특별히 목사라고 밝히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은 그를 ‘목사님’이라고 부른다. 손님 중에는 최 목사를 붙잡고 스스로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직접 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교회에서 느껴 보지 못한 감정을 경험한다.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이제야 알겠더라. 나는 60대 손님이 말한 ‘용기’가 무엇인지, 왜 30대 청년이 갑자기 자기 이야기를 꺼냈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평범한 한 끼 식사가 이들에게 무언가를 채워 줬구나 생각한다.”
최 목사는 다음 달부터 3,000원짜리 식권 200매를 인근 보건소와 파출소, 초등학교에 배포해 지역사회를 도울 계획이다.
최운형 목사는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하나님은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을 안타까워하며 돕기를 바라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부턴가 교회 문을 닫고 우리끼리 잔치를 벌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회가 주민들에게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목회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목회자들이 사역을 꼭 교회에서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전통 교회를 떠나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시도가 계속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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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