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공안 탄압 강화불구 믿음 지키는 성도들

2019-03-28 (목)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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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슈왕교회 급습 등, 대형교회까지 폐쇄조치

▶ “예배 참석 않겠다”서명강요, 성도 대부분 거부 몰래 예배

중국 공안 탄압 강화불구 믿음 지키는 성도들

중국 공안의 교회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인 성도가 예배 드리는 모습. <연합>

중국이 잇따라 대형교회를 폐쇄하면서 종교 탄압의 강도를 계속 높이고 있다. 중국 경찰은 지난 23일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슈왕교회를 급습하고 예배를 금지시켰다. 이 교회는 약 1,000명의 교인이 출석하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중국 당국은 주요 교회를 대상으로 폐쇄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교회 십자가를 강제 철거하고 시진핑 주석의 사진을 예배당에 거는 등 소위 ‘종교의 중국화’ 작업을 강화하고 있다.

슈왕교회 이전에도 같은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대표적 교회인 시온교회가 예배당 문을 닫았고, 시추안 지역의 초우언약교회와 광조우 지역 롱귈리교회도 폐쇄 조치를 당했다. 특히 초우언약교회의 이왕 목사는 지난 12월 중국 공안의 대대적인 압수 수색 때 수십 명의 다른 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체포됐다. 이왕 목사는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15년 징역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크리스티애너티투데이(CT)가 27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중국 당국은 슈왕교회 교인들에게 ‘다시는 예배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성도 대부분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

또 교회 지도자들은 장소와 시간을 변경해 중단 없이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예배당을 폐쇄 당한 교회들은 중국 공안 당국의 감시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장소를 옮겨가며 예배를 드리고 있다.

슈왕교회는 창립된지 26년을 맞고 있는데 지난 2009년에도 공안에 이어 성도가 예배당에서 쫒겨난 바 있다. 또 교회를 개척한 진티안밍 목사는 2011년 이후 가택 연금 상태에 처해 있다.

중국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차이나에이드’의 밥후 회장은 “가정교회에 대한 중국의 탄압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법 집행이라는 미명 아래 체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종교 탄압에 대해 미국도 지속적으로 항의하고 있다.

연방기관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는 이날 중국 공안의 교회 급습을 “가정교회에 대한 지속적이며 점증하는 탄압의 일환”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허난성 정부가 종교 탄압을 강화하면서 성내 교회 4,000여 곳의 십자가가 최근 무더기로 철거됐다. 허난성 난양, 융청 등 곳곳의 교회에 수십여 명의 사법집행요원들이 들이닥쳐 십자가를 철거하고 예배당 집기를 모두 압수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십자가 철거 소식을 듣고 달려온 목사나 신자들이 항의하면 경찰은 이들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연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난성의 한 목사는 “당국은 교회 안에 국기와 시진핑 초상화를 내걸고, 사회주의 가치관을 내용으로 하는 선전화를 붙일 것을 요구한다”며 “이를 어기는 교회는 아예 폐쇄된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베이징 최대 개신교 ‘가정교회’인 시온교회가 중국 당국의 방해로 임차기간을 연장하지 못했고, 이슬람 사원과 불교 사찰에 대한 압력도 강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종교 탄압은 전역에 걸쳐 비공인 개신교 가정교회나 가톨릭 지하교회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또 종교단체를 탄압하는 이유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중국 공산당의 권위가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하고 보도했다.

현재 중국에서 개신교 가정교회나 가톨릭 지하교회에 다니는 기독교 신자들은 최소 3,000만 명에서 최대 5,0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전문가는 FT와 인터뷰에서 “중국 가정교회는 변하고 있다”며 “경영인, 화이트칼라 노동자, 지식인 계층이 점점 더 많이 가정교회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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