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 않고 굶으면 효과 제한적 전문가들 “고도 비만인에 도움 장기적으론 혈관질환 등 우려”
간헐적 단식의 효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간헐적 단식은 먹는 시간은 제약 받지만, 먹을 수 있을 땐 마음껏 먹어도 괜찮아요.”
각종 매체나 온라인 홍보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문구다. 힘들게 땀 흘려 운동을 할 필요 없이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니, 매력적인 체중감량 비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굶는 다이어트’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간헐적 단식을 둘러싼 각종 ‘설(說)’에 대해 확인해봤다.
◇쥐 연구서 제한적 확인
간헐적 단식은 평소대로 먹다가 일주일에 한 두 번 이상 16~24시간 동안 먹는 것을 중단해 공복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물이나 달지 않은 차, 음료 정도만 마시고 위를 비우는 게 핵심이다. 만약 ‘16:8 법칙’을 활용해 16시간은 공복을 유지하고, 8시간만 먹는다면 아침을 거르고 오후 12시에 점심을 먹고, 오후 8시 전에 저녁식사를 끝낸 뒤 야식을 먹지 않는 식이다.
이러한 간헐적 단식의 체중감량 효과에 대한 연구는 주로 동물실험으로 진행돼 있다.
1946년 학술지 ‘영양저널’에 미국 시카고대학의 칼슨 박사가 120여 마리를 총 네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아무 때나 음식을 먹게 하고, 나머지 세 집단은 각각 2, 3, 4일마다 하루씩 단식을 시켜 6주 동안 관찰했더니 하루씩 단식을 시킨 쥐의 수명이 20% 연장됐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후 동물실험을 통해 단식이 혈당을 떨어뜨리거나 심장 및 혈관질환 발생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한국영양학회는 “대부분의 연구가 동물실험이나 소수의 비만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혹은 대조군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은 채 단기간 진행돼 장기간 실시됐을 때 대사적 위험성을 간과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식 효과 개인차 큰 까닭
우리 몸은 탄수화물과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탄수화물 섭취 후 소화과정을 거쳐 포도당이 핏속에 퍼져 혈당 수치가 올라가고, 그러면 췌장에서 인슐린 호르몬이 혈관에 분비된다. 이 인슐린이 세포의 문을 열고, 세포는 핏속의 포도당을 받아들여서 에너지원으로 쓴다. 그러나 포도당 연료는 식사 이후 2~3시간이면 다 떨어진다. 혈당이 떨어지면 인슐린 수치도 낮아지는데, 이 인슐린 수치가 낮아져야 비로소 우리 몸은 뱃살 등의 지방세포에서 지방을 꺼내 쓰기 시작한다. 간헐적 단식은 이 포도당 연료를 공급하는 간격을 공복을 통해 억지로 벌리는 것이다. 인슐린 수치가 낮아져서 돌아오지 않는 동안엔 자연히 지방산을 꺼내 쓰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사(代謝) 작용은 개인 차가 크다는 점이다. 비만한 사람은 지방을 태울 수 있는 금식 시간이 필요하지만, 마른 체형은 지방을 태울 필요가 없다. 혈당이 높은 사람도 한번에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씩 섭취해 당을 천천히 올리는 게 건강에 좋다.
실제 박민선 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가 2014년 유럽임상영양학저널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세 이상 성인 4,265명의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결과 하루 섭취 열량이 동일할 때 섭취 횟수가 많을수록 혈압은 오히려 낮아졌다. 하루에 2회 이하로 먹는 사람의 혈압이 평균 121/78㎜Hg였다. 5회 이상 먹는 사람은 118/77㎜Hg였다. 박 교수는 “심장으로 혈관이 끊임없이 영양소와 산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단식을 하게 되면 이를 못하게 되니 혈관벽이 딱딱해지고 탄성이 떨어지고 혈압도 높아진다”며 “간헐적 단식은 열량 섭취를 절대적으로 줄여 단기적으로는 고지혈증을 개선하고 체중 감량에 효과적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혈관 건강을 해치고 혈압도 오를 수 있는 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헐적 단식을 하면 ‘아이지에프-원(IGF-1)’이라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농도가 떨어져 노화, 암, 당뇨 등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IGF-1은 단백질로 구성돼 인슐린과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공복 시간을 늘리면 IGF-1의 농도도 떨어진다는 것인데, 아직 충분한 연구로 검증된 사안은 아니다. 오상우 동국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 몸의 세포는 수 많은 신호를 받기 때문에 IGF-1 하나의 신호만 갖고 효과를 얘기할 수 없다”며 “관련 연구가 진행됐던 1991년 당시는 지방 세포를 키우는 신호가 만약 10개라고 한다면, 현재는 (의학의 발달로) 관련 호르몬 수십 가지가 더 밝혀졌기 때문에 동물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바로 적용 시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당히 먹고, 적절히 운동
전문가들은 간헐적 단식이나 1일1식처럼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은 체질량(BMI) 지수 30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들에게 제한적으로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김정현 한림대춘천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도 비만인은 평소에 하지 않던 줄넘기나 달리기, 등산 등 무릎에 하중이 가해지는 운동을 하면 오히려 무릎 부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운동과 식이를 동시에 했을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실적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만족스럽게 하기 어려울 경우 식이요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인된 체중 감량법은 적당히 먹고, 적절히 운동하기. 오상우 교수는 “간헐적 단식만 보면 이론적으로는 공복기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지방이 분해되는 효과가 있지만, 먹고 운동하면 지방이 더 빨리 타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유행한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처럼 섭취 식품의 범위를 제한한 다이어트도 건강한 접근법은 아니다. 김정현 교수는 “열량을 줄이는 다이어트는 체중감량 효과가 있지만 영양불균형을 초래하고, 지속성도 떨어진다”며 “근본적인 노력이 없는 일시적인 식사 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중감량을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말고 지속 가능한 식사 조절과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가장 공인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비만학회는 현실적으로 감량 가능한 목표체중을 정해 하루 섭취 열량을 300~500kcal씩 줄이는 방법을 권한다. 가령 키 160㎝, 체중 65㎏인 성인 여성이 있다면 표준체중(53.7㎏)에 맞는 칼로리는 1,611kcal다. 이 여성은 현재체중(65㎏)기준 1,950kcal 이상을 소비할 가능성이 높은데, 300~500kcal 가량 열량 섭취를 줄이고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라는 것이다. 평소 식사량의 3분의 1씩 덜 먹고 간식량을 줄이고, 패스트푸드나 탄산음료 등을 피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적응이 쉽다. 박민선 교수는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의 특징을 보면 열량이 높은 음식만 먹거나, 섭취한 열량에 비해 절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사람”이라며 “규칙적으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식이요법과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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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