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반절을 즈음하여
2019-03-21 (목)
진월 스님/고성선원장
한국달력을 보니, 춘분과 동시에 “부처님 열반절”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세상의 일반인들도 대부분각자의 부모와 부모의 부모 즉, 조부모 등등의 직계조상님들이 돌아가신 날을 맞으며 가족 및 친지들이 모여서 기제사를 올리고, 그분들의 은혜에 감사하며 유훈과 유지를 되새기면서, 추모의 시간을 가집니다. 아울러 종교인들은 각자가 믿고 따르는 교조와 그 종교의 주요 인사들이 서거하신 날들을 기립니다. 그 내용과 방식들은 각종교의 전통과 문화에 따라 특색이 있고 그 목적과 의미도 다를 수 있습니다만, 많은 부분에 공통점도 있을 줄 압니다. 보통 한국인들의 조상제사는 가정에서 할 경우에 주로 유교적인 풍습을 따라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절이나 성당에서 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설날과 추석 및 한식 등의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비슷합니다. 조상님들께 차와 과일 및 각종 음식을 제단에 차려놓고 절을 하며 축문을 읽거나 독경을 하고, 제사가 끝난 뒤에는 자손들이 그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덕담을 나눕니다. 그 뒤에 묘지나 기념물을 참배하면서 조상의 업적과 유지를 되새기며, 훌륭한 후예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불자님들에게 부처님 열반절은 특별히 의미가 깊습니다. 열반절은 원래 산스크리트의 파리니르바나Parinirvana 즉, 대열반을 가리킵니다. 이는 석존Sakyamuni/Siddhartha이 서른다섯 살 되는 해, 섣달 초여드레 새벽에 보드가야 보리수 아래에 앉아서 대각을 이루시어 성불하심으로서, 정신적 또는 형이상학적 열반Nirvana (모든 번뇌와 고통을 해소하고 자유자재 해탈과 평화를 성취함)을 이루셨지만, 아직 신체 또는 형이하학적 여건 해결은 남아있었다가, 석존이 여든 살 되는 해, 이월 보름날 밤에 구시나가라 두 사라나무 사이에 모로 누우셔서 서거하심으로 마음과 몸 모두 완전하게 열반을 보이셨음을 가리킵니다. 제자들과 신도들은 그 다음해 그날에 모여 부처님을 기억하고 추모하면서 그분의 삶과 가르침을 되새기고, 열반절을 기려왔습니다. 그러하기를 금년에 이천 오백 예순 세 번 (2563)째가 되며 이른바 불기佛紀 즉, 불교 기원(Buddhist Era)의 유래입니다. 보통 일반인의 집에서도 제삿날 밤에 불을 밝히듯이, 절에서도 열반절에 등불을 밝히며,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를 기려왔습니다. 이러한 전통풍습이 부처님 탄생일 즉, 사월초파일에도 불을 밝혔는데, 오늘날에는 부처님의 가신 날(열반절)보다 오신 날(탄신절)에 더욱 무게를 두는 것 같습니다. 동남아시아 상좌부Theravada 전통에서는 음력 사월보름Vesak에 석존의 탄생과 성도와 입적(열반)을 함께 기립니다. 그래서 유엔에서는 베삭절을 통해 부처님 날UNDV을 기립니다. 아무튼 우리 북방 대승Mahayana 불교도들은 그 전통의 열반절에 즈음하여, 부처님 석존의 최후 설법 즉, 마지막 가르침을 되새기며, 명심하고 실행해야 할 줄 압니다. “진리(법)를 등불삼아 스스로 밝혀가라法燈明 自燈明”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不放逸 精進” 아울러, 내가 세상에 계속 있어도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 내가 없는 것과 같고, 내가 세상을 떠나도 내 가르침을 잘 따라 지킨다면 내가 항상 있는 것과 같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유념하여, 시간과 공간에 구애되지 말고, 성실하게 정진하면 부처님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독자 도반 여러분들, 춘분에 화창한 봄맞이로 건강하시고, 어디에서든지 부처님 은혜에 새삼 감사하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마음의 등불을 밝히시며, 성불 열반의 길에 정진하는 보람 크시기를 삼가 축원 드립니다. 고성선원에서, 진월 향 사르며_()_
<진월 스님/고성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