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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첫걸음 ‘오계 생활화’

2019-03-21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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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은 음력으로 2월 초파일, 출가재일이었다. 이번 21일은 음력으로 2월 보름, 열반재일이다. 이레 간격 두 날은 부처님오신날(음력 사월 초파일) 성도재일(음력 12월 초파일)과 함께 한국불교계의 4대 명절로 꼽힌다.

출가재일은 고타마 싯다르타가 왕자의 삶과 전륜성왕의 꿈을 버리고 구도를 위한 고행길에 나선 날이다. 열반재일은 말 그대로 부처님이 열반에 든 날이다. 한 차원 다른 해석도 있다. 부처님은 고행 끝에 성도, 즉 위없이 높고 큰 도를 얻은 순간 이미 열반에 든 것이며 이후 45년간 중생들에게 열반의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열반재일은 중생의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열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여준 날이라고 봐야 한다는 부연설명이 뒤따른다.

약 2천5백년 전 그날, 부처님이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아래서 육신을 벗어던지기 직전에 한 제자가 물었다고 한다.


“아직도 말씀하지 않으신 법이 따로 있습니까?”

부처님은 손바닥을 펴보이며 답했다고 한다.

“나는 이미 모든 것을 말했고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더 이상의 비밀 같은 건 남아 있지 않다.”

그러므로 불제자들의 성불(成佛) 공부는 어려울 까닭이 없다. 따로 숨겨놓은 것도 없고 미처 풀지 못한 것도 없는 만큼 부처님이 설한 대로 부처님이 행한 대로 따라 하면 그만일 터다. 현실은? 부처님 따라하기는 고사하고 기본 중의 기본 오계를 실천하는 것도 벅차다.

그래서다. 조계종은 출가재일에서 열반재일에 이르는 여드레를 ‘불교도 경건주간’으로 정해 흐트러진 불심을 다잡도록 하고 있다. 북가주 사찰들에서도 스님 법문 등을 통해 출가절과 열반절의 각별한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리버모어 고성선원 선원장 진월 스님은 “열반절을 즈음하여” 제하의 특별기고문(칼럼 참조)을 본보에 보내왔다.

조계종 포교원은 올해 초부터 를 보급하고 있다. 자칫 엇나가거나 이 핑계 저 핑계로 건너뛰기 쉬운 일반 불제자들의 일상 속 수행을 도와주는 ‘문서도반’이다. 내용은 대강 이렇다.

일일수행을 “아침에 일어나 부처님께 예경하고 오계와 청규를 독송하며 일상생활에서 계율을 지키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계율수행을 점검하며 신행일지를 기록하는 과정”으로 정의하고 오계 실천을 특별히 강조한다. “첫째 불살생이니 자비심으로 분노와 해치려는 마음을 다스리고 널리 생명을 보살피라, 둘째 불투도이니 만족할 줄 알아 욕망을 다스리고 널리 나누고 도우며 경제정의를 구현하라, 셋째 불사음이니 바른 사귐으로 청정을 지키고, 넷째 불망어이니 진실과 자비로 화합해 말하고, 다섯째 불음주이니 중독과 미혹을 떠나 늘 깨어있으라.”

이것마저 실천이 어렵다면? 수행지침서는 요일별로 중점 사항을 정해놓고 실천하라고 권장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월요일은 술 없는 날 지혜의 날, 화요일은 화쟁의 날 화합의 날, 수요일은 정진의 날 기쁨의 날, 목요일은 채식의 날 친환경의 날, 금요일은 칭찬의 날 공감의 날, 토요일은 자비의 날 봉사의 날, 일요일은 절에 가는 날 평화의 날...

<정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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