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조 스님이 2월14일 조계사 인근 정정법당에서 무기한 단식정진에 앞서 예불을 올리고 있다. <출처: 불교닷컴>
샌프란시스코 여래사 창건주 설조 스님이 다시 단식중이다. 지난해 여름 기록적 폭염 속에 야외천막에서 41일간 감행했던 단식정진 이후 6개월여만이다. 그리고 어느덧 한달째다. 스님의 이번 단식은 2월14일 시작됐다. 단식의 이유는 똑같다. 조계종단 적폐청산이다. 반향은 사뭇 다르다.
지난 여름 단식 때는 뜨거웠다. 안에서 끓고 밖에서 달구며 시너지를 냈다. 침묵하던 방송들이 속속 단식현장을 중계했다. 방관하던 신문들이 연일 시위현장을 보도했다. 개혁적 타종교 인사들과 시민단체 리더들의 호응이 잇따랐다. 불자들의 개혁물결 동참은 걷잡을 수 없이 늘었다. 불상사를 우려한 의료진과 각계 인사들의 끈질긴 호소를 뿌리치고 단식을 강행하던 스님은 개혁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대세라고 판단한 듯 41일만에 단식을 중단했다. 버티던 설정 총무원장은 취임 1년도 못돼 물러났다. 종단정화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여겨졌다. 서울 도심을 활보했던 조계사 주변을 에워쌌던 개혁요구 사부대중은 시위를 멈추고 농성을 풀었다. 새로 선출된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당선회견과 취임회견에서 거듭 개혁을 천명했다.
이번 겨울 단식은 싸늘한 분위기 속에서 외로이 이어지는 것 같다. 단식재개 첫날부터 거의 매일 단식현장(조계사 인근 정정법당)을 드나들며 소식을 전하고 있는 불교닷컴에 따르면, 홀홀단신 단식정진이다. 단식이 열흘 지나고 보름 지나고 한달이 다 돼가도 지난 여름과 같은 뜨거운 반향이 일어날 조짐은 좀체 읽혀지지 않는다. 반향 이전에 단식 소식을 전하는 매체가 드물다. 그럼에도 스님이 단식을 재개한 것은 “설정 원장 퇴진은 적폐의 원흉인 자승 전 총무원장의 구속과 현응·지홍 두 원장의 퇴출이라는 불자들의 발원과 외침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같은 상황은 시간이 가면 고착화되고 호도될 것”이라는 인식에서라고 한다.
한편 설조 스님은 단식정진 입재일부터 매일 일지를 쓰고 있다. 일지는 불교닷컴에 며칠씩 묶어 소개되고 있다. 단식 14일째인 2월27일자에는 용성 스님을 기리는 발표회가 조계사에서 있었다는 말을 듣고 36년 전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일을 회상하는 대목이 있다.
“...그때는 무슨 용기로 어려운 싸움을 그리도 하여 끝내 그들을 조복 받았는지 정말 옛날 얘기 같다. 근 60여년을 용성 스님의 딸로 행세하며 대각사 다례에도 참석한 여인을 샌프란시스코에서 항복받다니, 그것도 교포 사회의 기독교세가 절대 우위인 처지에서 참으로 어려운 싸움이었다.
나를 믿고 따라준 신도들과 양심 있는 몇 분의 원로목사들과 고환준 장로의 도움이 컸었다. 백성애 권사가 마지막 부흥회에서 용성 스님의 딸이 아니라고 실토하며 불교도와 교포들에게 죄송하다고 고백하였다. 당시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기자였던 김한길 씨의 기고로 한국일보 샌프란시스코 현지 발행에 보도되었었다. 그때 한국일보 지사장은 강우정 씨였다...”
단식 19일째인 3월4일자 일지를 보면 종단개혁의 속도나 방향 등을 둘러싼 갈등이 상당한 것 같다.
“...김영국 씨가 와서 재가단체들의 입장을 말하는 듯하였다. 나는 그간의 내 주변 갈등관계를 간략히 말하였다. 재가연대(불교개혁행동)는 그대로 조직 강화하여서 잘하면 되고 나는 내가 보는 관점에서 사람들이 두려워서 입을 못 대는 일은 내가 하겠으니 재가단체는 내 단식과 연연하지 말고 당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적폐청산을 성취하라고 하였다.
그는 내게 그 자를 불러 얘기하라고 하였으나 응답하지 안 했다. 그 자는 내가 경험한 머리 깎은 자 중에서 아주 희유한 물건이다. 그 선대가 아무리 견마잡이라도 그렇지, 이건 잘못 나온 사람이고 잘못 들어 온 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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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