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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아, 아마존아

2019-02-25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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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절세, 남이 하면 탈세라고들 한다. 그래도 동네 네일가게나 세탁소가 아마존보다 더 많은 세금(연방 법인세)을 내는 세상이 과연 옳은 세상일까?

아마존의 작년 순이익은 100억 달러. 그런데 세금은 제로(zero tax)다. 내가 작년에 아마존에 낸 회비만 해도 119달러인데, 아마존은 그 만큼의 돈 조차 세금으로 내지를 않았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아마존의 실제 세금신고서를 못 보니, 대충 감을 잡아 볼 수밖에 없다. 우리 같이 한번 그 이유를 추적해보자.


생각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과거의 누적손실(NOL, net operating loss). 예를 들어서, 놀부 회사가 작년에 5만 달러 손실을 봤고, 금년에는 5만 달러 이익을 봤다고 치자.
작년에는 손해를 봤으니 세금을 안냈고, 금년에는 이익이지만 작년 손해와 ‘퉁’치면 제로 이익(zero income)이다. 그러니 금년에 이익이 났어도 세금을 안내도 된다(Sec. 172(b)(1)(A)). 안내도 되는 것이 아니라, 내는 것이 위법이다. 수표를 보내봐라. IRS가 그대로 돌려보내준다.

두 번째 생각해볼 수 있는 가능한 이유는 직원들 스톡옵션(stock options).
사실 이 공제 혜택을 줄이자는 주장은 매년 국회에 올라오는 단골 법안이다. 주가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회사는 비용을 더 많이 공제받을 수 있는 구조다.

회사가 실제로 쓴 돈은 한 푼도 없는데 말이다. 아마존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25배나 올랐다.

마지막으로 아마존의 제로 택스(zero tax)가 가능했던 세 번째 이유는 이번에 바뀐, 장비와 시설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 100% 공제 혜택이 아닐까 싶다. 나도 사실 이것 때문에 큰 덕을 봤다. 작년 가을에 뉴욕 사무실을 플러싱에서 베이사이드로 이전하면서 6만 달러의 공사비가 들었다. 만약 내 사업체의 순이익이 6만 달러라면 나는 한 푼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공사비 전액을 비용으로 당장 공제받을 수 있어서다. 트럼프가 베조스를 미워한다는데, 결과적으로 베조스는 트럼프의 이번 세법 개정으로 큰 덕을 봤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 보니 어떤가? 아직도 내가 하면 절세, 남이 하면 탈세라고만 고집할 수 있나? 많은 언론과 단체에서 세금 안 낸 아마존을 욕하지만, 과연 그것이 아마존만의 잘못일까? 위의 이유들이 전부라면, 아마존이 한 일 이라고는 법을 잘 활용했을 뿐이다. 그런 법을 만든 사람들을 국회와 행정부에 보낸 것은 정작 우리 자신이다.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비난의 손가락이 향할 곳은 아마존도 아니고 베조스는 더더욱 아니다. 손가락의 방향은 철저하게 우리 자신을 향하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이 문제는 내 말이 맞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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