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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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오르는 채소값, 집에서 길러 먹어요

2019-02-21 (목)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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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락 심한 파·청양고추·상추 실내 또는 집 뒷마당에 재배

▶ 자급자족형 한인들 늘어

#퀸즈 소재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김모(60)씨는 야채 키우기 재미에 푹 빠졌다. 특히 최근 파 값 폭등으로 파 품귀 현상까지 보였지만 집안 한 켠에 마련된 일명 ‘베란다 텃밭’ 덕을 톡톡히 봤다며 미소 지었다. 김씨는 “여러 개의 화분을 이용해 만든 텃밭에서 파와 상추, 깻잎 등 기본 야채를 필요에 따라 매일 따 먹고 있다”며 “무엇보다 내 손으로 직접 재배한 100% 유기농 야채를 가장 신선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어 만족 한다”고 밝혔다.

#롱아일랜드 소재 한 주택에 거주하는 한인 정모(55)씨는 뒷마당에 만든 텃밭에서 수년째 농사 아닌 농사를 짓고 있다. 한겨울에도 농사를 짓기 위해 작은 비닐하우스까지 마련한 정씨는 파, 상추, 깻잎, 쑥갓, 오이, 고추, 가지, 명이, 총각무 등 수 십여 종의 야채를 4계절 내내 키우고 있다. 정씨는 “텃밭을 만든 후 야채를 사먹은 적이 없다”며 “고추나 깻잎, 오이 등을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말했다.

집에서 야채를 직접 재배하는 소위 ‘자급자족형’ 한인이 늘고 있다.


아파트 등 실내에 거주하는 경우 일명 ‘베란다 텃밭’을, 일반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뒷마당에 제대로 된 텃밭을 꾸며 필요한 야채를 자급자족하고 있는 것. 특히 실내 거주 한인들은 여러 개의 화분과 스티로폼 등을 이용해 만든 실내 텃밭에서 주로 파와 상추, 깻잎 등 기본 야채를 키우고 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급속히 확산되는 분위기다.

야채 씨앗을 공급하고 있는 홀트가든센터에 따르면 흙을 만지는 텃밭 가꾸기는 바쁜 도시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것은 물론, 수확의 기쁨까지 덤으로 안겨 줘 전국적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 아파트 등 실내 거주 한인들도 집안에서 야채를 키우거나 3피트 내외의 과실수를 키우는 등 소소한 재미를 찾고 있어 과실수 묘목 및 야채 씨앗 수요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인마트에서 야채 씨앗과 모종을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의 대표는 “야채 씨앗이나 모종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종류에 따라 6~10주만 지나면 실컷 먹을 만큼 열린다”며 “가성비는 물론, 야채를 키우며 느끼는 자연치유 효과도 있어 야채를 직접 재배하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야채 자급자족에 나서는 한인들 중에는 식품안전을 이유로 직접 야채를 재배하는 경우도 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인 6명 중 1명꼴인 4,800만명이 매년 식중독에 걸려, 이중 12만8,000명이 병원치료를 받고 3,000여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또한 매년 로메인 상추의 이콜라이(E. coli) 박테리아 감염으로 인해 3억7,800만달러 규모의 사회적 비용이 지불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전 먹거리 확보를 위해 각종 야채의 씨앗이나 모종을 구입, 직접 재배해 먹는 자급자족형들이 늘고 있다는 것.

이처럼 자급자족형 한인이 늘면서 온라인상에는 일명 ‘베란다 텃밭’ 가꾸기 요령 등 각자의 야채 재배 경험을 공유하는 사이트와 모임도 덩달아 늘고 있다.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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