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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묵 스님의 윤회 이야기

2019-02-14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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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서울대 불교동아리 회원 3명이 출가했다. 언론의 조명을 받고 세인의 입을 탔다. 왜? 서울대생 집단출가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세인의 궁금증도 그림자처럼 이어졌다. 왜? 몇 년이 흘렀다. 어느 TV방송 카메라와 마이크가 이들을 산중 선방의 그들을 다시 불러냈다. 왜?

몇 년이 또 흘렀다. 서울에 생소한 이름의 선원이 생겼다. 제따와나선원. 금강경 첫머리에 나오는 기수급고독원, 줄여서 기원정사의 본디 이름이다. 부처님이 25년이나 머물렀다는 수행터다. 찾는 이들이 늘어나 제따와나선원은 지난해 춘천의 한적한 마을 뒷동산으로 옮겼다. 선원의 외관이 여느 사찰이나 선원과는 다르다. 인도 제따와나를 닮았다 한다.

선원을 이끌고 있는 수행자는 일묵 스님이다. 20여년 전 서울대생 집단출가 3인 중 한명이다. 당시는 그가 수학과 박사과정을 거의 마친 즈음이었다. 왜? ‘거의 모든 것’이 보장된 것으로 보였던 그가 왜 출가했을까?


일묵 스님이 답을 내놨다. 최근에 펴낸 책 ‘일묵 스님이 들려주는 초기불교 윤회 이야기’(펴낸곳: 불광출판사)과 관련인터뷰를 통해서다.

“어느 날 갑자기 당장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20여년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고 생을 마감할 아무런 준비가 안 됐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경험을 했다. 진단을 받았다면 공황장애였을지 모른다.”

이후 그는 수학책을 밀쳐놓고 종교와 명상 책을 섭렵했던 모양이다.

“죽음이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세속 공부를 계속할 의미가 없었다. 세속에서는 죽음을 가르쳐주지 않으니 종교에 관심을 가졌고, 불교에 진리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로 마음이 가니 더 세속에 있을 이유가 없었다.”

스님은 출간 인터뷰를 통해 윤회를 비과학적이라는 식으로 경시하는 풍조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의외로 윤회를 믿지 않는 불자가 많고, 심지어는 유명한 스님마저도 윤회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생에서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다시 태어나는 삶이 결정된다는 윤회가 없다면 불교 가르침의 핵심인 연기(緣起)와 사성제(四聖諦)가 성립하지 않는다. 우리는 막연히 죽음을 두려워하는데, 윤회 원리를 알면 죽음이 두려울 게 없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나쁜 짓을 하고 사는 사람이 많은데, 윤회를 알면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니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정태수 기자>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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