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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김 목사의 또 하나의 새해결심

2019-02-07 (목) 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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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 전 한 목회자 콘퍼런스에 다녀왔다. 샌디애고 인근의 한 신학교에서 매년 이맘때쯤 열리는 콘퍼런스다. 이 콘퍼런스만이 아니라 목회자 관련 콘퍼런스나 세미나는 대체로 연초에 열린다. 이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목회자 콘퍼런스는 이토록 바쁜 연초에 열려야 할까”이다. 목회자들에게 1월은 심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매우 분주한 때이기 때문이다.
이런 뒤섞인 주관적 불만과 객관적 현실로 인해 몇 년째 못 가고 있었으나 금년엔 단단히 맘먹고 드디어 다녀왔다. 이런 유의 일들은 대개 가기 전후가 서로 다르다. 참석에 소요되는 경비와 에너지의 분량이 만만치 않기에 그 결과가 별로면 어떨까 하는 염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참석 후 역시 오길 잘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학교 강당은 200여 명의 목회자와 신학생들로 가득 찼다. 네 명의 신학자들이 17세기 화란의 칼빈주의자들이 작성한 ‘도르트 문서’와 관련된 내용들을 순서대로 강의했다. 일단 제일 좋았던 건 새록새록 피어오르는 옛 추억이었다. 신학교 강의실과 채플에서 소일했던 때가 거의 30년 전이다. 목사 되기 위한 입문으로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이 신학교인데, 난 그때 이 분위기의 강의실과 도서관에서 ‘열공’에 빠져있었다. 힘들어도 참 좋았던 시간들이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그땐 정말 순수했다. 그런 좋은 추억들이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네 명의 강사들은 해당분야의 기라성 같은 존재들이다. 그 중 한 교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신학자다. 박식에 달변이다. 그의 지식의 분량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 책도 많이 썼다. 한국말로도 많이 번역되었는데 그 내용들 역시 탁월하다. 그를 면전에서 만날 수 있다니!


개인적 결심은 새해 단골손님이다. 우리는 금년은 예년과 다르길 기대하며 뭔가를 결심한다. 나도 그 결심 대열에 동참하기로 했다. 교회 소그룹 모임에서 내 새해결심을 묻자 난 금년엔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목회자가 되겠노라고 답했다. 그러자 “목사님, 공부 그만큼 했으면 됐지 뭘 더 하실 필요가 있나요?”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하지만 내 속은 내가 잘 안다. 목회자의 주 임무 중 하나가 ‘설교’라면 현재 내 설교는 절대적으로 공부가 더 필요하다.

이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 첫 번째 계기는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한 콘퍼런스 참석 때문이다. 설교라는 게 강단에서 그저 듣기 좋은 말만 해야 하는 교양강좌는 아니다. 설교는 정확한 기준과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 특히 우리에게는 성경이라는 명확한 기준과 근거가 있기 때문에 목회자는 우선 성경에 밝아야 한다. 콘퍼런스 강사들의 강의에서 이 사실의 중요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계기는 신학생 아들과의 만남이다. 지난 연말연시 방학 때 짬 내어 집에 들른 아들과 장시간 대화 나눌 기회를 가졌다. 아들은 지금 신학대학원 2년차다. 신학적 성향이 비슷하다 보니 여러 면에서 서로 통하는 걸 깨닫고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아들은 그 사이에 부쩍 자라있었다. 영적으로도 학적으로도 꽤 자라있었다. 30년 목회해온 내게 신학과 신앙을 코치해주는 모습이 아빠 눈엔 건방져 보이기보다는 한없이 대견스럽게만 느껴졌다. 아들이 던진 말들 중 배울 게 참 많았다. 그로 인해 깨달은 건 이 세상엔 만나야 할 좋은 선배동료신학자들과, 꼭 읽어야 할 좋은 책들이 많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에 ‘평공목’이라는 단체가 있다. ‘평생 공부하는 목회자들의 모임’이라는 단체의 약자다. 참 좋은 단체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는 신학교 3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목회자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이는 틀린 생각이다. 책과 공부는 목회자들의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야 마땅하다. 목회자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그의 설교를 들어야 하는 교인들을 위해서도 그렇다.

언제부턴가 목회자가 사용하는 방이 ‘오피스’로 바뀌고 있다. 목회자도 교회에서 고용한 직원의 일인에 속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고전적인 목회자의 집무실 분위기는 ‘기도와 독경/독서’에 더 가깝다. 성경 많이 연구하고, 기도 많이 하고, 그리고 그에 필요한 독서를 많이 해야 하는 이가 목회자다. 내 영어이름의 원조인 학사 에스라의 결심을 따라가는 한 해가 되고 싶다(에스라 7장 10절). 또 새해 결심? 마침 오늘이 음력설이니 이 결심 여전히 유효하다!

<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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