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패권 경쟁 시작되다

2019-01-23 (수) 07:59:31 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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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경제역사에서 가장 큰 무역전쟁으로 기억될 것이다. 미국이 무역협정을 깨고 중국을 상대로 무역분쟁을 일으켰다. 중국과 미국이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40년 만 이다. 세계의 가장 큰 공장과 세계의 가장 큰 소비시장이 맞짱을 뜨고 있다. 5년 전 만 해도 미·중은 서로 협력하며 공존 관계였다.

미국은 소비를 해야 기축통화 잇점을 누릴 수 있다. 내수시장이 기업들의 생산량을 흡수해 줄 수 있는 선까지는 무역 적자가 오히려 이익이 되기 때문에 중국으로 부터 적자를 감수했다. 중국은 지난 20년간 두 자리 숫자 고도 성장률을 유지하기위해 10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소비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무역을 확장하자 미국으로서는 자유무역협정 판을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미국이 소비국가를 벗어 던지고 보호 무역으로 선회하는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정보기술 산업의 제품들이 중국에 의해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 산업은 첨단무기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첨단기술은 제조업 쇠퇴 이후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다.


첨단기술 잠식은 무역적자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를 안고 있다. 첨단기술 유출은 곧바로 패권국의 지배 상실로 이어진다. 산업기술 첩보활동은 미국의 기업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미국이 개발한 전반적인 기술 생태계도 위협한다. 미국은 중국의 부상에 의해 지배된 세계가 예측되고 이로 인해 자신의 패권이 추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전쟁 선포는 중국의 부상을 막고 중국을 제자리에 두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본 게임이 시작된 것을 의미 한다.

세계 2대 경제대국간의 무역전쟁이 시작되자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의 주식시장과 물가가 요동 치고 있다. 보호무역 관세 부과로 소비자 물가가 오르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릴레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금리인상은 작년 3분기 미국의 성장률 3.4%, 실업률 5년래 최저 수준 호황경기에 찬물을 붓고 있다.

미국 공식대표단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1월 7일 베이징에서 사흘간의 무역협상에 참여하여 잠정적으로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는 중국의 입장을 감안할 때 무역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점에 매우 회의적이다. 90일 안에 중국은 농산물과 천연가스를 포함한 더 많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항공우주에서 컴퓨터 칩에 이르기까지 핵심산업을 촉진하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중국은 ’Made in China 2025’ 산업정책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인공지능, 로봇공학, 자율차량 및 양자 컴퓨팅과 같은 미래의 산업을 지배하기 위한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미국 기술을 습득하고자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지적재산권에 대한 분쟁은 중국과 미국간의 보다 광범위한 무역전쟁에서 중심적인 의제가 될 것이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우리의 요구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일부 특정품목에 대한 10% 관세를 계획대로 수출되는 거의 모든 중국제품으로 확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이 발언을 협박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해 냈다.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무역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 이 감각을 상실하고 도박을 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이 맞출 수 없는 위협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에 우호적인 WTO, IMF, World Bank 마저도 성명을 내며 1947년 이후 세계가 공멸 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의 국익을 헤치고 세계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G7 국가들도 이 상황을 매우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무역전쟁이란 무엇인가? 국가들이 관세와 쿼터로 서로의 무역을 공격하는 승자 없는 치킨게임이다. 무역은 원포인트 아젠다가 아니다. 트럼프는 완전히 균형을 잃었고 미국과 세계를 갈기갈기 분열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분열적인 선동에 미국은 질려 있다. 그의 이러한 마이웨이 행보는 미국우선주의와 애국주의에 포장되어 있다. 미국의 복지, 국내총생산에 미치는 순효과는 제로 또는 부정적이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두 가지 큰 쟁점의 난제를 가지고 있다. 2월중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3월초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그것이다. 거래의 마술사를 자처한 좌충우돌 트럼프가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 갈지 사뭇 궁금하다.

<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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