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전칠기 사랑

2019-01-23 (수) 12:00:00
크게 작게
나전(螺鈿)칠기는 섬세함과 신비스러움으로 오랜 세월 동안 한국의 고유 공예품으로 사랑 받아왔다. 나전은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여러 가지 형태로 오려내어 기물의 표면에 감입시켜 꾸미는 것을 통칭한다. 그 고유어는 자개박이다.

자개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의 극진한 사랑을 받아왔다. 대통령 초청행사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손목시계(일명 문재인 시계), 첫 미국방문 시 한인들에게 나눠준 손톱깎이 세트상자 등에 모두 자개를 넣어 차별화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미국, 유럽 등 해외나들이 때 들고 간 것도 나전 공예 손가방이었다. 심지어 장군들에게 선물한 지휘봉에도 자개문양이 새겨졌다. 그러니 청와대의 자개사랑이 여간 각별한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


그 자개가 그런데 그렇다. 아주 공교롭게도 대통령부인과 중고교 동기동창인 손혜원 의원의 주 정치적 압력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나전칠기를 앞세워 국립중앙박물관 등 공공기관에 인사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그 뿐이 아니다. 손 의원 스스로가 서울 이태원에 ‘한국나전칠기박물관’이란 것을 운영하고 있다. 시에 등록을 하지 않아 사실에 있어서는 나전칠기 공예품 판매소로 보여 지지만.

‘손혜원 랜드’라고 하던가. 근대 역사문화 공간으로 지정된 전남 목포 시 일대에서 손 의원이 친인척까지 동원해 집중적으로 사들인 부동산 말이다. 그 역시 나전칠기와 무관하지 않다.

‘그녀의 인생 모든 것을 바친 나전칠기 컬렉션을 전시할 문화 공간, 그러니까 박물관 건립’을 위해 부동산을 대량 구입했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말하자면 30필지가 훨씬 넘는 부동산 매입은 투기가 아닌 어디까지나 나전칠기 문화를 지키려는 의도였다는 거다.

문득 떠올려지는 것이 있다. ‘박근혜 복주머니’다. 박 대통령 취임 직후 열린 ‘희망의 복주머니 열기’ 행사 때 선보인 것이 오방낭(五方囊)으로 5가지 한국 전통 색인 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이 어우러진 디자인은 박근혜 청와대의 트레이드마크가 되다 시피 했다.

그 오방낭은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지기로 막후 실세역할을 했던 최순실의 작품. 그래서 그 기시감에 섬뜩한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문화의 이름으로 권력을 마구 휘둘렀다’는 점에서 특히.

‘손혜원 랜드’ 스토리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보여 지지는 않는다.
김태우 청와대 특별감찰반 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 등 청와대 발 의혹사건이 잇달았다. 거기다가 각종 경제지표는 일제히 하강곡선이다. 민생이 말이 아닌 것이다. 그런 정황에서 터진 게 ‘대통령부인 절친’ 손혜원 스캔들이란 점에서.

그 전개상황이 과거 정권들의 ‘집권 3년차 징후군’들과 매우 흡사하다. 권력에 스스로 취해 있다. 그 마비증세는 ‘내로남불’식의 위선과 오만으로 전이된다. 뒤따르는 것은 민심이반이다.

전 언론의 표적이 됐다. 여권에서 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한술 더 떠 자못 오만방자하기까지 하다. 초선의원 손혜원의 그 모습은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 징후군이 벌써부터 중증에 빠져들었다는 시그널이 아닐까.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