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대상 선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 세일즈 택스 감사관들이 안고 있는 부담감 중의 하나다. 이럴 때, 일반 시민들의 항의는 좋은 핑계가 된다. 직원들의 작은 실수도 거기에 한 몫을 한다. 예를 들어서, 세금을 붙일 수 없는 상품에 세금 붙이는 것, 그리고 그 손님들이 주정부에 일러바치는 것. 해당 업체가 '왜 하필이면 나냐?'고 따졌을 때, 시민들의 항의는 감사관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되어준다.

한 손님이 어느 제과점 영수증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그러면서 케이크와 곰보빵에도 이제는 세금이 붙느냐고 물었다. 한 달 쯤 지나, 이번에는 내가 거기에 들렀다. 그런데 세금을 다시 안 받기 시작했다. 순전히 호기심 때문에 물었다. 전에는 받았었다는 데, 왜 오늘은 안 받으세요? 매니저가 어제부터 다시 세금을 붙이지 말라고 했단다.

내 호기심은 더욱 커졌다. 집에 오는 길에, 큰 커피숍들만 몇 군데 들러서, 커피와 곰보빵을 하나씩 사봤다. 그랬더니, 어느 가게는 둘 다 세금(sales tax)을 받지 않았고, 어느 가게는 둘 다 받았고, 또 어느 가게는 커피만 받았다. 누가 맞고, 누가 틀리고는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자. '75% 규칙' 같은 복잡한 설명도 나중에 다시 하기로 하자.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재앙은 어느 날 갑자기 혼자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반드시 그 앞에 많은 징후들을 앞세우고 온다.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들어봤을 것이다. 한 번의 대형 사건이 일어났으면, 그 전에 이미 29번의 작은 사고와 이상 징후가 있었다고 한다. 무수히 많았던 경미한 사건과 조짐들. 그저 몰랐거나 애써 외면했을 뿐이다.

다른 사례가 하나 더 있다. 뉴저지의 어느 식당 영수증을 보니, 여전히 옛날 세일즈 택스를 받고 있었다. 세금 내린 것이 이미 1년이나 지난 뒤였다. 나오면서 캐셔 직원에게 물었다. 답변은 예상에서 1도 벗어나지 않았다. '그건 POS 업체가 알아서 하는 거지, 우리는 모른다.' 뉴저지 국세청의 OCI(범죄수사국)는 그냥 세금 몇 센트 돌려주는 것으로 끝나는 곳이 아니다.

세일즈 택스 감사가 무작위 추출(at random)로 걸린다고? 천만에. 아무 자동차나 무작위로 쫒아가는 나라가 미국이 아니다. 뭔가 이상해야 잡을 수 있는 것이 미국 경찰이다. 세무감사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어려운 지금, 직원의 작은 실수가 큰 세무 감사로 이어지고, 결국은 가게 문까지 닫게 되는 일. 적어도 우리 한인들 비즈니스에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나저나 그날, 연구 목적으로 산 커피 세 잔을 모두 마신 날 밤, 카페인 때문에 난 잠을 설쳐야만 했다. 연구자의 길은 참 고되고, 연구자의 밤은 참 긴 법인가 보다.

<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