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학교 지원자 ‘뚝’ 미달사태 “아, 옛날이여”

2018-11-27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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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 인기 급락 영향, 작년 신학과 대거 미달

▶ 총신대 신학대학원, 올해도 사실상 미달

신학교 지원자 ‘뚝’ 미달사태 “아, 옛날이여”

신학교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아프리카 단기선교 중 물에 빠진 현지인을 구하고 사망한 신학생 고 김수석 씨. <연합>

아프리카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신학생이 바다에 빠진 현지인 여학생을 구한 뒤 익사했다. 지난 2015년 고 김수석(23·대전신학대 3학년) 씨는 감비아로 단기 선교를 갔다가 물에 빠진 여학생 한 명을 구하고 나머지 한 명을 구하려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소천했다.

군복무 중에 모은 월급을 선교 비용으로 사용할 만큼 신실했던 신학생의 죽음은 성도들과 지인들에게 큰 슬픔을 안겨 줬다. 신학교가 매년 ‘실업자’를 양산하는 세태라고 하지만 보석같은 ‘그리스도의 제자’도 연연히 맥을 이어간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신학교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한때 ‘일등 신랑감’으로 손꼽히던 목사의 인기가 급락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10여 년 전만 해도 주요 신학대학원은 재수, 삼수를 하고 들어갈 정도로 지원자가 넘쳤다. 그러나 전반적인 교세가 기울고 이제는 신학교를 졸업해도 사역지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상가에서 작은 교회를 개척하려 해도 재정 부담이 크다.


그나마 개척을 했다고 과거처럼 교인이 불어나는 시절은 지나갔다. 여기에 전체 학령 인구의 감소세까지 겹쳤다. 이런 상황은 신학생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예장 합동 교단의 대표적인 신학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의 2019학년도 입시 모집 결과 393명 정원에 397명이 지원해 실제 입학생은 미달 사태가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올해보다 80명이 더 지원했지만 결국 1명이 미달됐다. 더구나 지원자 397명은 무시험 전형 등 특별전형자까지 포함된 숫자다.

총신대 지원자 급락 사태는 총장이 법정 구속되는 비리 사건의 여파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독매체인 뉴스파워에 따르면 총회 관계자는 “총신대 사태의 결과가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다. 학교가 빨리 총회 직영신학교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장 통합 교단의 신학교인 장신대학교 신대원 입시 모집 결과를 지켜보면 이와 같은 현상이 총신대만의 문제인지 다른 교단 신학교도 공통된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기독대학 신학과(신학부) 지원자 수가 급감해 일부 대학은 정시모집에서 미달사태가 빚어져 추가모집에 들어간 바 있다.

인터넷 대학원서 접수 사이트인 진학사 등에 따르면 2017학년도 신학과(신학부) 지원율은 감리교신학대(0.99대 1), 한영신대(0.86대 1) 고신대(0.92대 1), 침례교신학대(0.79대 1) 아세아연합신학대(0.81대 1) 등으로 나타나 지원자 수가 정원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기독대학의 지원율도 높지 않았다. 그나마 서울장신대(3.7대 1), 평택대(3.13대 1)가 다소 높은 경쟁율을 보였지만 과거 매년 수십대 경쟁률을 보이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보인다.

또 아이굿뉴스가 2013~2015년 3년치 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한 학교들이 속출했으며 입학 경쟁률도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지방 신학대의 경우 신입생 모집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려신학대학원 원장 변종길 교수는 아이굿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신대원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한국교회 전반적인 상황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며 “특히 젊은이들이 한국교회의 미래를 밝게 보지 않으면서 목회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목회자를 단순히 영광의 길이라고만 여기는 지원자가 줄고 더 헌신되고 준비된 사람들이 신대원에 진학할 수 있는 점도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양질의 학생들이 더 많이 입학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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