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을 실제로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그들이 얼마나 크고, 무엇을 먹었는지 알려져 있다. 1억 년 전에 멸종했는데도 말이다. 순전히 지금까지 남겨진 화석 덕분이다. 하물며, 불과 3년도 안된 세금신고서 복사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리얼하다.
몇 페이지만 넘겨봐도, 전체적인 그림이 금방 나온다.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당시에 이 손님과 회계사가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왜 이렇게 세금신고를 했는지, 파노라마처럼 그려진다. 상담 손님들이 들고 오는 세금신고서는, 그래서 내게는 완벽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세금의 화석(tax fossil)인 셈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트럼프의 세금신고서 확보에 우선순위를 두겠단다. 나는 민주당의 그런 전략에 반대다. 물론 대통령 후보들의 세금신고서를 공개하는 좋은 전통을 깬 사람이 트럼프다. 더욱이, 지금 IRS 세무감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자기 세금신고서는 너무 복잡해서 보여줘도 일반 사람들은 이해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는 트럼프의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옛날 세금신고서 들여다보는 것에 국회의 우선순위를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것 말고도, 건강보험, 소셜시큐리티, 자영업자들의 연쇄 폐업, 이민 문제 등, 산적한 민생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가?
나도 그의 세금 신고서를 정말로 보고 싶다. 그러나 그런 곳에 아까운 국회의원들 시간과 국민들 세금을 쓰라고 내가 민주당에게 하원을 주지는 않았다. 설령 1924년 옛날 법을 근거로 IRS에게 달라고 명령한들, 트럼프는 법원으로 갖고 가서 시간을 끌 것이 뻔하다. 받아내도 문제다. 만에 하나, 국회의원 보좌관이 공명심에 그것을 밖에 유출이라도 하면? 세금신고서를 본인 허락 없이 공개하면 5년 징역이다. 설령 국회로 갖고 온 들,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결국 나 같은 외부 전문가들을 불러서 물어볼 테고, 그러면 이런 설, 저런 설이 난무할 것이다.
공룡의 멸종 원인도 설이 많다. 운석 충돌, 화산 폭발, 산성비, 심지어 자기들이 뀐 방귀가 오존층을 파괴시켜서 멸종했다는 설도 있다. 정치인들의 속셈을 내가 알 리 없다. 그러나 그것 말고도 국가와 국민을 위할 수 있는 정치인들의 길은 많다. 국민이 준 좋은 기회. 서로들 방귀만 뿡뿡 뀌다가, 그 매연에 스스로 자멸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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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